"우리가 화려하게 써서 없애버리는 것보다, 여러 사람과 나눠 먹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원로배우 신영균(82·前 한국예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한국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500억원 규모의 사재를 내놓아, 사회에 훈훈한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5일 오후 자신이 운영 중인 서울 충무로 명보아트홀(구 명보극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명보아트홀과 제주도 신영영화박물관을 영화계 및 문화예술계의 공유재산으로 기증한다"고 밝혔다.
▲ 원로배우 신영균(가운데)이 기자회견 후 가족과 함께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윤현규 기자> |
명보아트홀은 신영균 전 예총회장이 주연한 <연산군> <빨간마후라> <남과 북> 등이 상영된 역사적인 곳이다. 대지면적 1263.6㎡, 연면적 6327.69㎡에 지하 4층, 지상 6층의 영화관 중심 복합공연시설이다.
또한 신영영화박물관은 시설 연면적 2803.32㎡의 국내 최초·최대의 영화전용 박물관이다. 10여년간의 준비와 추진과정을 거쳐 1999년 개관했으며, 토지를 제외한 시설 및 전시물의 수집 비용까지 약 100억원이 투입됐다.
기증한 극장과 박물관은 부동산 가치만 현재 500억원 이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명보아트홀은 신영균이 40년 가까이 가지고 있었던 주력 재산으로, 사업의 토대가 되어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영균은 오래 전 부터 명보아트홀의 사회 환원에 대한 결심을 깊이 간직해 왔다. 부인 김선희 여사와 장남 신언식 한주에이엠씨 회장 등 가족들도 기꺼이 동의하면서, 가까운 친지들과 조용히 시기와 기부방법 등을 계획하고 준비해왔다.
신영균은 "내 재산은 재벌이라는 사람들에 비하면 백분의 일, 천분의 일이지만 돈이 다가 아니다"며 "나를 있게 해준 사회와 후배들을 위해 좋은 일 하고 가야할 것 아니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아들이 이 극장 없이도 먹고 살 수 있으니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신언식 회장은 "고생해서 이룬 재산을 기부하는 것이 존경스럽다. 나도 그 뜻을 이어받겠다"고 말했다.
기부된 재산은 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의 주도로, 공익재단의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총장은 "투명하고 공익성이 유지되는, 더 나아가 우리의 영화예술을 해외에 잘 알릴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재단의 주력 목표다"며 "어떻게 구성할지는 오늘 이후부터 주위의 생각과 의견을 모아서 구체화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신영균은 "우리나라는 우수한 영화인들이 많지만 시장이 작다. 세계와 경쟁하려면 건성 말고 진짜로 적극적으로 도와주자"며 "그러면 후배들이 세계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리를 함께했던 한 관계자는 "이번 기부와 상속권자인 아들의 동의는 사회에 귀감이 될 만 하다"며 "재벌들은 수천, 수조원의 재산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신영균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