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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낮춘 보람이 없나… 혼자만 비싸지는 한국 원화 수출에 문제없나?

올 들어 엔화 5배 수준으로 급속 절상
주요 32개국 통화 중 대만달러, 스위스프랑 이어 절상률 3위

올 들어 원화 가치가 세계 주요국 통화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 엔화 대비 절상 속도는 5배나 빨랐다.

3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올 들어 이달 29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2.8% 절상됐다.

지난해 12월 30일 달러당 1,099.3원(종가 기준)이던 환율이 1,068.6원(4월 29일)으로 넉 달 만에 31.2원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절상률은 주요 32개국 통화 가운데 대만달러(3.9%), 스위스프랑(3.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이다.

일본 엔화는 달러당 119.46엔에서 118.85엔으로 0.5% 절상됐다.

달러화를 기준으로 한 원화 가치 상승 속도가 엔화보다 5배나 빠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연초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대부분 국가의 통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터키 리라 가치의 절하폭이 12.2%로 가장 컸고,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75%까지 떨어뜨린 덴마크의 크로네 가치는 10.0% 하락했다.

양적완화에 나선 유로화 가치는 9.8%, 브라질 헤알화는 9.6% 절하됐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가 '나홀로 강세'를 보인 데에는 엔저(円低)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정훈 외환은행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요인만 있었다면 원화 절상 폭은 훨씬 낮았을 것"이라며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나라로 한국이 지목되면서 원화 절상 폭이 다른 통화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올해 연간 1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주식시장에 밀려들어 오는 외국인 자금도 원화 가치를 끌어올렸다.

원화 절상 흐름은 최근 들어 한층 급격해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13일 달러당 1,131.5원(종가 기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한 달 반 만에 63원 가까이 하락했다. 이 기간에 원화 가치는 5.9% 절상됐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여파로 일본 엔화 가치는 같은 기간에 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원화 강세 속도가 엔화를 훌쩍 뛰어넘은 영향으로 원·엔 환율은 7년 2개월 만에 100엔당 800원대에 진입했다.

29일 오후 3시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9.19원이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수출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 자동차, 선박, 석유 등 경제 전반을 떠받쳐온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들은 엔화·유로화 등 수출 경합국 통화 대비 원화가 절상 흐름을 보이고 중국 등 주요 수출국의 경기 회복이 늦어져 수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 하락으로 수출은 물론 관광산업 등 서비스산업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외환당국이 자칫하면 국내 경기 회복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는 환율 흐름에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도 "원화 강세 추세는 2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수출 타격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특히 원·엔 환율을 방어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