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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군 관련 사건 사고에 국민은 차가운 시선… 왜 사고가 나는걸까?

한 병사의 수양록, 끊임없는 사건사고로 군에 대한 여론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한 병사의 수양록, 끊임없는 사건사고로 군에 대한 여론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군대도 가기 무서웠는데 이젠 예비군 훈련도 꺼려진다.

13일 서초구 내곡동 52사단 예비군 부대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했다. 상비 부대가 아닌 예비군 훈련 중에 발생한 사고인데다 사상자도 민간인이라 국민이 받은 충격은 더 컸다.

군 관련 사건 사고는 이제 만성적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최근 언론에 오르내린 보도만 해도 횡령, 뇌물 수수, 폭행, 자살, 성범죄, 차량사고, 탈영 등 계급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이에 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기에 안전에 더 철저해야 할 군 조직이 왜 툭하면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집단이 된 걸까?

 

한 곳에 집중하기도 모자를 판에...
한 곳에 집중하기도 모자를 판에...

? 무엇에 집중하는지 모르겠다.

군에선 한창 '전투 프로'란 슬로건을 강조했었다. 철두철미한 훈련과 전문적인 전투 지식으로 무장해야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교육훈련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많이 달랐다. 1년 동안 교육훈련과 부대관리, 정신교욱, 개인화기 사격을 일정 비율 이상 반영하기로 했지만, 지휘관의 의사에 따라, 혹은 상급부대의 검열에 따라 계획했던 훈련계획은 무산되기 일쑤였다.

상급부대의 관리 감독은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횟수와 주기가 지나치게 많고 잦다는 데 있었다. 검열은 곧 지휘관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기에 검열 계획이 잡히면 예하 부대는 당초 계획한 교육훈련에 집중할수가 없다. 한 사단급 부대는 작년 2분기에 있었던 윤병장 사건 이후 1달에 5번의 부대관리 수검을 했고, 바로 이어 전산보안에 관련된 검열을 받았다. 이 주간에 편성했던 주특기훈련과 부대관리는 구색만 겨우 맞췄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부대는 주먹구구식 운영을 하게 돼 장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간부들은 전문적인 전투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고 부대관리에도 열중하지 못한다. 병사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움직여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고, 결국 허점이 생기게 된다.

 

누구보다 보고를 잘 들어주셔야 할 분들
누구보다 보고를 잘 들어주셔야 할 분들

? 보고? 들어줘야 보고를 하지

'큰 사고 하나가 터지기 전엔 5,000번의 조짐이 있다.'는 말이 있다. 군 관련 사고도 마찬가지다. 자살사고가 나기 전엔 항상 조짐이 보이고, 총기 사고가 나기 전에 이미 총기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 보고 되었다면 큰 사고로 번지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현역 장병 대부분은 상부에 보고하는걸 꺼려한다.

군 기초군사훈련에선 보고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 한다. "보고 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선 최초 발견자에 책임이 있고, 보고를 하면 상급자에게 책임을 옮길 수 있다."며 협박과 회유가 섞인 강조도 한다. 하지만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절차는 쉽지 않다. 군 보고 체계는 병사 - 분대장 - 소대장 - 중대장 - 대대장 등 계선을 따라야 한다. 병이 분대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중대장이나 대대장에게 보고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분대장에게 상담을 하면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중대장이나 대대장에게 의사가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며, 중간에 보고가 끊기는 경우도 많다. '마음의 편지'등 지휘관에게 직접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내부고발자로 낙인 찍힐까 두려워 시도조차 못하는게 대다수다.

병 시절 중대장이나 대대장과 마주치기만 해도 부담스러웠던 사람이 많을 거다. 간혹 지휘관이 간담회 형식의 자리를 마련해 병사나 초급 간부들의 생각을 듣는 시도를 하지만, 이 시간을 달갑게 여기는 장병은 많지 않다. 방금전까지 자신에게 소리지르며 지적하던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긴 힘들며, 더욱이 그 사람이 지휘권과 인사권까지 가지고 있으면 말 한 마디 하는 것도 두려워진다. 간담회는 대부분 피상적인 이야기만 하다 끝나기 마련이다.

일부 부대에선 민간에서 운영하는 '군 고민 상담 센터'류 전화 상담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군 내 문제가 사회나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서다. 이를 어긴 장병들에겐 "적법한 보고 경로를 거치지 않았다."며 징계를 내리기도 한다. 결국 병사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다.

 

편제에서 한 명만 빠져도 임무수행은 어렵다.
편제에서 한 명만 빠져도 임무수행은 어렵다.

? 빠듯한 인원, 한 명만 빠져도 조직이 안 돌아가

군대는 얼핏 보면 사람이 많아 보이지만, 편제를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편제란 부대의 보직과 편성 인원을 정해둔 것으로 각 부대의 임무와 특성을 고려해 정하며, 인사이동도 편제에 의거해 결정한다. 하지만 이 편제표는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 한 부대에 1명만 있는 편제가 부지기수고, 꼭 필요한데 편제에 반영이 안돼 비편제로 운영하는 보직도 많다. 현실적이지 않은 편제는 업무부담을 늘리고 본래 해야 할 임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편제 인원이 1명만 있을 경우 그 인원이 휴가를 가거나 비번이면 부대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 간부는 대부분이 이에 해당하며, 병사도 분대나 조로 편제를 나누면 임무를 대신할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다. 특히 총기나 보안 업무는 담당자가 없어 다른 인원이 대신할 경우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비편제 보직은 주로 지휘관을 보좌하는 공관병이나 복지시설을 관리하는 병사인 경우가 많다. 이 인원들은 편제 인원에서 땡겨와 사용하는 건데, 명령상으론 편제 인원은 모두 채워져 있는 셈이니 인원이 부족한데도 보충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가령 12명이 편제 정원인 분대에서 2명만 비편제로 빠져도 제대로 부대운영이 되지 않는다. 비편제 운영은 군 내에서도 악습으로 여겨 없애려고 노력하지만 워낙 인력이 없다보니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