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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이총리 금리발언 진화...“금리는 금통위 판단”

김동연

이낙연 국무총리의 금리 발언에 한국은행은 당혹감을 나타냈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이 총리가 원칙적인 얘길 했을 뿐일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통화정책과 관련한 한은 독립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13일 "금리에 관해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부동산과 가계부채뿐 아니라 경기와 물가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서 신중히 결정한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금리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딜레마가 될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질의에 "(금리 인상에 대해)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나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문제, 가계부채 부담 증가도 생길 수 있고 현재와 같은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고민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러한 이 총리의 발언이 알려지자 점심무렵 시장 금리가 급상승하며 요동쳤다. 서울 채권시장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전 11시 28분 전일보다 4.4bp 상승한 1.934%, 10년물은 3.4bp 오른 2.284%에 거래됐다.

한은 안팎에서는 최근 서울 지역 부동산시장 과열, 가계부채 증가에 대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발언일 뿐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한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인 기준금리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읽힌다.

한은은 이미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켜둔 상태다. 7월과 8월 금통위에서 두 차례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왔다. 금통위원 한 명만 더 동참하면 금리 인상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정부 방침에 따라 움직였다는 논란이 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2014년 최경환 전 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의 악몽이 살아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이번 정부 대책으로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자칫 한은을 향해 책임론이 나올 우려도 있다.

현재 고용과 물가지표 등에 드러나는 국내 경기를 보면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은 여건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작년보다 둔화하며 금리 인상 근거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 총리가 과열된 서울 지역 부동산에 대응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과잉 대응이라는 반론도 있다.

서울을 제외하고 지방 부동산시장은 미지근하고 구조조정으로 타격을 받은 지역까지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렸다가 지역 경제에 얼음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한은은 이미 사면초가 상황이었는데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