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이 수술 전에 간단한 점검표를 사용, 기본적인 수술 준비 상황을 확인하면 환자의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1월 15일자)를 인용, 세계보건기구(WHO)와 미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이 지난 1년간 8개국의 환자 7천600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 점검표'를 사용하는 의료진의 진료를 받도록 한 결과 입원환자의 사망률이 종전의 1.5%에서 40% 이상 줄어든 0.8%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또 수술로 인한 의료분쟁 발생 비율 역시 11%에서 7%로 낮아져, 점검표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 수술 이외의 수술에 적용된 이번 실험에 사용된 점검표는 모두 19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술 전 환자 이름 재확인 ▲수술팀 구성원간 상호 소개 ▲환자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 확인 ▲수술 도구 소독 여부 점검 ▲과다 출혈에 대비한 여분의 혈액 준비 등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간단하지만 깜빡 잊기 쉬운 항목들로 구성돼 있다.
이번 실험을 이끈 하버드대의 아툴 가완데 박사는 "모든 사소한 문제들에까지 항상 최선을 다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점검표에 적힌 항목들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만 실제로는 놀랄 만큼 많은 의료진이 수술할 때 이를 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의료진이 점검표의 항목 중 어떤 것도 놓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이번 실험의 목적이라면서, 미국 전역에 있는 모든 병원이 수술 전 점검표 확인을 의무화한다면 매년 150억-250억(약 21조7천억-34조6천억원) 정도의 의료 소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 건강관리개선연구소(IHI)의 도널드 버윅 이사장은 "수술 점검표 사용은 지난 30년간 임상의학의 혁명을 이루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면서 "이제는 수술을 행하는 모든 병원이 수술 점검표를 사용할 때"라고 강조했다.
IHI는 미국 내 4천개에 이르는 병원을 대상으로 수술 점검표 채택을 비롯한 의료 서비스 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실제로 수술 점검표를 사용하는 미국 병원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해마다 치러지는 수술은 모두 2억3천400여 건으로, 이 중 3-17% 정도는 심각한 의료 분쟁으로 이어지지만 수술 점검표 사용 의무화를 고려 중인 국가는 현재 영국, 아일랜드, 요르단, 필리핀 등 4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