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올해 상반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오르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형태를 보일 것이라는 데 대부분 공감했던 증권업계의 시장 전망이 최근 들어 갈피를 잡지 못해 흔들리고 있다.
작년 말까지 대세를 이뤘던 상저하고 전망이 무기력해진 것은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데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1,200선을 돌파하는 등 급등 랠리를 탔기 때문이다.
특히 설 연휴 전 1,100선을 밑돌았던 코스피지수가 설 연휴가 끝난 28일 미국 뉴욕증시 급등과 독일 키몬다 파산에 따른 구조조정 본격화 기대로 64.58포인트(5.91%) 오르며 1,150선을 단숨에 회복하자 백가쟁명식 시장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주가가 상반기에 오르다 하반기에 내려가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형태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일(一)자형', `N자형', `삿갓(∧)형' 등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등장하는 것이다.
◇ 하반기 기대 좌절에 `하저'
증시 흐름이 `상고하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의 바탕에는 경제지표나 기업실적 개선으로 강세장이 펼쳐질 가능성은 없다는 비관론이 자리하고 있다. 상반기에 정책당국의 유동성 공급 기대감에 그나마 소폭으로 오르던 주가가 하반기에는 기대가 좌절되면서 하락 반전할 것이라는 것.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각국 정부가 돈으로 몰아붙이니까 은행채와 회사채 금리가 떨어져 시중 유동성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로 주가가 오버슈팅하다 하반기에 기대가 무너지면 하락하는 상고하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적 실업, 가계부실, 상업은행 침체 등의 문제가 해결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높이면서 나쁜 기업을 빨리 추려낼 수 있어야 하는데 가계부채가 워낙 커서 기업구조조정이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올해 경제나 실적을 바탕으로 해서 강세장이 올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상반기에는 경기 회복 기대감이 미리 반영돼 주가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띤다면 하반기에는 정작 경기 회복의 강도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일(一)자형, N자형, 삿갓(∧)형?
올해 증시가 상저하고나 상고하저로 구분되지 않고 일자형, N자형, 삿갓형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등락폭이 극도로 제한적이라 연중 `일자형' 증시가 이어질 것이다. 실적 등 거시지표가 작년 3분기부터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에 가장 강한 장이 예상되지만, 경기나 실적 개선이 없어 본격 상승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증시는 연초에 한번 오르고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는 N자형 흐름을 보일 것이다. 상반기 상승세는 이미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삿갓형을 제시했다.
그는 "주가가 3분기 초중반까지 많이 올랐다가 4분기에는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미리 반영돼 주가가 많이 올랐다가 경기가 생각만큼 안 좋아져 다시 조정을 거칠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일부는 여전히 `상저하고'
올해 증시 흐름을 예측하는 목소리가 파열음을 내고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하반기 거시지표가 안 좋더라도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일단락돼 유동성이 살아나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 랠리가 펼쳐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도 유동성이 엄청나게 풀렸지만, 아직은 실물경제의 구조조정 리스크나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자금이 부동화돼 주가상승폭이 미미하다. 하반기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척되고 경기에 대한 가시성이 생기면 증시 쪽으로 자금이 유입돼 전반적인 레벨업이 이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모든 악재를 다 이겨낼 만큼 정부의 강력한 금리정책과 경기부양책 등의 효과가 즉각 나타나는가가 중요하다. 그 효과가 천천히 나타날 것 같아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