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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건강검진은 고가가 대세?

불황으로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대형병원들의 최고급 건강검진 비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이 한 번에 300만 원이 넘는 건강검진 상품을 내놓더니 이번에는 서울성모병원에서 검진에만 400만 원이 넘는 초호화 상품을 출시했다. 여기에 가천의대 길병원에서는 뇌 부위만 검진하는데 200여만 원이 드는 뇌 건강검진 전용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부유층과 해외 소비자를 유치하려는 전략이라는 게 이들 병원의 설명이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성모병원(원장 황태곤)은 지난 23일 개원 이후 새로운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대거 선보였다.


이 병원 검진 프로그램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검진비용이 무려 426만 원(여성)에 달하는 `마리안프레스티지'라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일반 여성들이 흔히 받는 기본 건강검진 항목 외에 뇌와 몸통 전체 등을 각기 촬영하는 양전자단층촬영(PET-CT) 검사와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가 들어 있다.


MRI로 전신과 뇌, 해마 부위를 별도로 촬영하는 것은 물론 조영제를 이용한 뇌혈관 검사(MRA)도 받을 수 있다.


또 대장과 복부, 골반, 관상동맥, 폐, 심장 등에 대한 컴퓨터단층촬영(CT)이 별도로 들어가 있으며, 유방초음파검사와 골밀도, 자궁경부암 바이러스 검사(HPV), 내시경과 초음파 기기를 이용한 신체 부위별 검사도 포함돼 있다.


검진 항목이 많은 만큼 이 검사를 다 받으려면 1박2일 또는 2박3일 정도의 시간을 내야 한다. 병원 측은 이 상품을 선택하는 수검자가 원하면 병원 내 VIP 병실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숙박이나 숙식비는 별도라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만약 하룻밤에 45만~70만 원을 하는 VIP 병실을 이용한다면 총 건강검진 비용이 500만 원에 달하고, 400만 원을 호가하는 특급병실을 사용한다면 검진비용이 무려 800만 원에 이른다.


일반인들이 많이 선택하는 이 병원의 여성 기본형 검진이 59만 원임을 고려할 때 검진비용만 따지면 7배, 숙박비까지 포함하면 1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남성용 마리안프레스티지 검진 상품은 비슷한 검진에 가격은 380만 원이다. 역시 남성 검진상품으로는 국내 최고가다.


기존에 국내 건강검진 가운데 가장 비싼 상품은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8월 선보인 306만 원짜리 프리미엄 건강검진이었다.


가천의대 길병원은 최근 뇌 관련 질환만 전문으로 진단하고, 진료하는 `가천뇌건강센터(소장 윤방부)'를 개소하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뇌 건강검진과 치매 건강검진, 파킨슨병 건강검진, 청·장년 중풍검진 등으로 세분화한 뇌 관련 검진 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이 병원 뇌 건강검진 상품의 특징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천의대만 유일하게 보유한 초고해상도 MRI(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 7.0T)와 몸속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PET(양전자단층촬영장치)가 결합한 장비로 뇌 속 구석구석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가의 첨단 검진장비를 사용하는 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다. 아직 비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뇌 검진만 받는데 200만 원이 들 것으로 병원 측은 보고 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웬만한 종합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는 비용이다.

하지만, 이처럼 검진 비용이 양극화하고 있는데 대해 일부에서는 대형병원들이 첨단기기를 동원해 불필요한 검진을 남발하고 검진료만 올림으로써 돈 없는 서민들과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윤건호 부원장은 "새 병원을 개원하면서 정밀검진을 받고 싶어하는 소비층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첨단 진단장비를 많이 갖추다 보니 가격도 고가에 형성됐다"면서 "앞으로 부유층 검진환자뿐 아니라 외국인 건강검진 환자를 유치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