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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출 韓원자력기술 경쟁력과 과제는

첫 상업용 원자로 수출의 개가를 올린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운영의 안정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체르노빌 사고에서 경험한 것처럼 원전은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 재앙으로 이어지는 탓에 수명인 30∼50년 동안 거의 `무사고'에 가깝게 운전이 돼야 하는 예민한 설비다.

선진국은 원전 사업이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침체기를 겪자 원전 신설을 사실상 중단했지만 우리는 매년 1기꼴로 원전을 지어오면서 쌓아온 운영 노하우가 후발주자임에도 선진국을 제칠 수 있었던 결정적 경쟁력이 됐다는 평가다.

◇30년간 `무사고' = 이번에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계약된 한국형 원전 APR1400 1기의 출력은 140만㎾로 UAE의 현재 전력 소비량 1천600만㎾의 10%에 육박한다.

안정된 원전 운영은 전력 인프라로서 원전의 `무사고 운전'은 국가 운영의 안정성과도 직결된다.

한국원자력학회장 박군철(서울대) 교수는 "UAE는 산유 부국이라 입찰 가격보다는 향후 수십년간 안정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능력에 더 많은 점수를 준 것 같다"며 "1978년 고리1호기 운전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원전 운영 실력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원전 운전 성적표는 놀라울 정도다.

1년간 원전의 불시정지(사고 또는 사고의 징후 시 운전을 중지하는 경우)는 1980년대 중반까지 호기 당 평균 5건 이상이었지만 1998년 이후 1건 이하로 떨어졌고 2003년부터는 0.4∼0.6건(지난해 0.35건)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1년에 원전 2기에서 불시정지가 1건 정도 일어나는 수준으로 미국(1.1∼1.4건), 프랑스(1.8∼3.2건), 캐나다(1.1∼3.1건) 보다 우수하다.

불시정지와 직결되는 원전 이용률(1년간 원전이 정상운전되는 시간 비율)도 지난해 기준 93.3%로 미국(89.9%), 프랑스(76.1%), 일본(59.2%)는 물론 전세계 평균치(79.4%)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원전 이용률이 10% 포인트가 높다는 것은 100만㎾급 원전 2기가 1년정도 생산하는 전력에 해당한다.

APR1400의 건설단가가 ㎾당 2천300달러로 이번에 경쟁자였던 미-일 컨소시엄의 ANWR과 프랑스 EPR의 2천900달러보다 낮은 데다 공기(工期)가 다른 입찰업체보다 6개월 이상 짧은 52개월이었던 점도 수주 성공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문 고급인력 부족 문제 = 일단 대형 원전 사업을 수주했지만 학계와 업계에선 원전과 관련한 고급인력 부족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990년대 원전 침체기를 거치면서 대학교에서부터 타분야로 이탈현상 때문에 국내 전문인력 양성 기반이 근본부터 흔들렸다는 것이다.

현재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했지만 원전이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체계적인 전문인력 확충 방안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이은철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원전에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높은 보수를 조건으로 한국의 원전 관련 고급 인력을 빼가려는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어 인력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년간 원전건설이 중단됐던 미국의 원자력 전문인력은 5만명 정도로 알려졌는데 이들 중 40대 중반 이후가 70% 이상으로 앞으로 10년간 원자력 기술자는 800명, 보건 물리학자는 7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을 정도다.

현재 국내에 원전 8기가 건설중이고 10기 안팎을 추가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지만 외국 수출과 병행한다면 이런 국내 원전 건설이 계획대로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교수는 "원전 건설에 평균 5년 정도가 걸리는 데 현재 확보된 국내 인력으론 한 곳에 이 정도 기간에 인력을 집중 투입하면 다른 나라의 원전 사업을 수주해도 사람이 없어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