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코코아, 커피 등 식품 원자재의 가격이 품목별로 수십 년 래 최고가를 경신하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기상 악재에 따른 공급 부족에 수요 증대가 겹쳤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28일 보도에 따르면 궂은 날씨와 투자 위축 등으로 소프트 상품(soft commodities;곡물, 설탕 등 금속 이외의 상품)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투기 수요까지 가세해 선물거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말 코코아 선물가격은 올해 1월 대비 28.5% 오르며 3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코아 시장은 4년 연속으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최근처럼 오랫동안 공급 부족이 이어진 것은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설탕(원당) 가격은 연초대비 165.1% 상승하며 28년 6개월 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세계 2위 설탕생산국인 인도에서는 자국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전 세계 공급량이 줄어들었고, 브라질은 이상호우로 생산량이 감소했다.
설탕 도매업체인 차르니코는 "2008~2009년 동안 설탕 공급량이 1580만t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2009~2010년에도 1350만t의 공급 부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호음료인 차, 커피, 오렌지 주스도 최근 1년 새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차 가격은 연초대비 83.5% 올랐다. 차 트레이더들은 내년 1분기까지 차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커피 가격도 올해 들어 30.2% 올랐고, 고가의 커피인 아라비카 원두는 올해 11년래 최고치 가격으로 거래됐다. 오렌지 주스도 기후 악화로 생산이 감소해 88.8% 올랐다.
FT는 주요 소프트 상품의 상당량은 몇몇 열대지방 개도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이들 국가가 이상 기온과 정치적인 불안정, 신용 위기, 영세한 생산 환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지역의 농부들은 영세한 생산 환경으로 가격상승에 맞게 공급량을 체계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것도 수급 악재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현 추세대로라면 내년 초에는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건의 소프트 상품 분석가인 토빈 고레이는 "공급량이 줄어든 데다 재고마저 부족해 내년 상반기에도 설탕과 코코아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와 커피도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의 차 거래 중개인인 반 리스는 "수급 등 몇몇 요인들을 감안할 때 차 거래시장은 내년 1분기에도 활황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모간스탠리의 원자재 리서치센터장인 후세인 알리디나는 최근 커피 가격 랠리에 대해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 등 전 세계 커피 공급의 60%를 차지하는 국가들의 생산량이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