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와 현대·기아자동차 노조가 올해 노사협상 안건으로 '국내 및 해외 생산비율제' 도입을 들고 나왔다. 또 다시 노조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전략에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측은 대형 자동차 업체들도 위태로울 정도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탄력적인 공장 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절대 받아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노조측,해외생산 비율 더이상 높일 수 없다
18일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 노사 등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해외공장 생산비율제를 올해 자동차산업 공동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해외공장 생산비율제란 국내공장과 해외공장의 생산비율을 노사가 사전협의로 결정하는 제도로 현대차의 경우 당분간 생산비율을 지난해 수준(국내공장 51.9%, 해외공장 48.1%)으로 맞출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지난해 해외비중이 25.7% 불과했던 기아차 노조도 국내외 생산비율 유지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양 노조는 생산비율제를 올해 임단협 안건으로 확정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확정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 사측, 해외생산 증가에도 고용 준적 없다. 결국 글로벌 경쟁력 약화만 불러 올 것
현대차는 브라질 공장 착공을 앞두고 있으며 러시아 공장 건설은 진행 중이다. 사측은 올해 해외에서 176만대를 생산해 국내(170만대)를 사상 처음으로 앞지른다는 계획을 짜놓고 있다. 현대차는 2006년 해외공장 생산판매가 88만대에서 지난해 149만대로 단 3년 만에 69%나 급증했다.
기아차도 올해 미국 조지아 공장 본격 가동 등으로 해외생산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미국 등 해외에서 직접 생산하지 않으면 도요타 혼다 등과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을 벌일 수 없다"며 "해외공장에서 차를 만들지 않을 경우 국내공장 일감이 늘어나기보다 그만큼 수익창출 기회만 놓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해외생산이 꾸준히 확대돼 왔지만 아직 그로 인해 국내 고용이 줄어든 적이 없다"며 "해외공장이 증설되면 반제품 조립 방식 수출 및 각종 부품 생산 등 국내 산업물량도 덩달아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 노조 다른 속내 있나?
현대차 이경훈 지부장이 이미 "미국 디트로이트의 폐허화가 미국 공장의 해외이전 때문이었다"고 밝힌바 있어 협상과정에 큰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 노조가 다른 요구안은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카드로 국내외 생산비율제를 들고나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생산비율제를 전면에 내세우고,이면에서 다른 요구로 타협을 종용한다는 전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부각시켜 '주간 연속 2교대제' 등 다른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겠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기찬 가톨릭대(경영학) 교수는 "재고 조절을 위해선 많이 팔리는 곳에서 많이 생산하는 게 합당하다"며 "시장논리가 아니라 노조와 같은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물량을 조절하면 결국 그 부담을 기업과 노조가 져야 할 것"이라며 "토요타사태를 교훈 삼아 노조는 구심력을 튼튼히 하는 차원에서 더 경쟁력 있는 차를 만들자고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