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통신시장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정부의 지속적인 요금인하 압박과 과열경쟁 단속에 통신 3사는 10여년 간 유지해온 과금체계 변경은 물론, 영업 전략까지 바꿔야만 했다. 또 애플의 아이폰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통신 3사간 스마트폰 및 모바일인터넷 시장에서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KT의 아이폰 도입 이후 통신 3사가 앞다퉈 신형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국내 스마트폰 확산이 본격적으로 펼쳐졌고, 이에 따른 무선인터넷 이용이 급증하자 통신 3사는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는 와이파이(WiFi)존 확대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LG그룹 통신 3사는 지난 1월 통합LG텔레콤으로 재탄생, 유무선 경쟁력을 한껏 높여 KT·SK텔레콤이 주도하는 양강체제에 도전장을 던졌다.
◇ 14년 만에 초당 과금제 실시
SK텔레콤에 이어 KT와 통합LG텔레콤도 오는 12월부터 초당과금제를 도입, 14년만에 통신 3사의 과금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이동전화 과금체계는 10초당 18원으로 유지돼 왔다. 10초를 기준으로 하는 과금체계는 11초를 통화한 이용자가 20초를 통화한 이용자와 동일한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실제로 통화하지 않은 시간의 요금을 내야했다. 반면 통신사들은 이를 통해 이른바 '낙전'으로 과도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SK텔레콤을 필두로 통신 3사는 과금체계를 1초 단위로 변경했다. 이제 가입자들은 사용한 만큼만 이용료를 부담하면 된다. 초당 과금이 시행되면 이동전화에서 발신하는 모든 통화(MM, ML)뿐만 아니라 각종 정액형 요금제와 영상통화 등의 과금 단위가 10초 단위에서 1초단위로 모두 변경된다. 따라서 무료 통화를 제공하는 정액형 요금제에서는 무료통화 차감단위가 10초 단위에서 1초 단위로 변경돼 무료통화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초당과금제를 통한 요금절감효과는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700원 수준. 연간으로 환산하면 7500~8000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KT와 LG텔레콤이 오는 12월1일부터 도입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초당과금제 도입에 따른 매출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KT와 통합LG텔레콤은 기존의 요금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하는 만큼 시스템 개발과 철저한 검증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 마케팅 비용 가이드라인 제정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13일 KT, SK텔레콤, LG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 주요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이동전화,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통신 3사간 현금마케팅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은 지난 3월5일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CEO 간담회'에서 이석채 KT 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 등 통신3사 CEO들이 소모적인 마케팅비를 절감해 콘텐츠·기술개발에 투자키로 합의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다.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은 마케팅 경쟁 자제를 약속해 왔으나 마케팅비는 계속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왔다. 특히,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은 2005년 총 3조2600억 원에서 2009년 6조1900억 원으로 약 2조9300억 원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이통3사의 가입자 점유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방통위는 통신사업자들에 유·무선을 분리해 각각 매출액 대비 22%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마케팅비를 지출토록 했다. 방통위는 필요한 경우 하반기 중 대대적인 실사를 벌여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 및 경품 등 불법 마케팅을 조장한 사업자에 대해 엄정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조치로 방통위는 올해 이통 3사의 마케팅비는 약 7조300억 원으로 지난해 8조200억 원 대비 9900억 원 절감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그룹간 경쟁' 본격화
지난해 KT와 KTF의 합병을 계기로 촉발된 통신회사 계열사들간 '합종연횡'은 LG 통신 3사의 합병으로 현실화 됐다.
KT에 이어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 등도 합병을 선택, 통신 시장 내 경쟁구도를 '그룹간 경쟁'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통신시장에 유·무선통합 시장이라는 경쟁 패러다임이 새롭게 조성됐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경영이 절대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했다. 특히 통합LG텔레콤은 내달 1일 LGU+(유플러스)로 사명을 변경, 새롭게 태어난다.
LG통신 3사의 합병으로 SK텔레콤의 움직임도 관심사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등 SK 통신 그룹 역시 합병의 길을 따라 갈 것인지 주목된다.
SK텔레콤은 박인식 SK텔링크 대표를 SK텔레콤 MNO CIC 기업사업부문장과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 사장을 겸임토록 했다. 또 SK브로드밴드 유선상품을 SK텔레콤 대리점에서 재판매 방식으로 제공키로 했다. 최근에는 SK브로드밴드의 구조조정에 돌입, SK그룹의 통합법인 출범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 스마트폰 라인업 경쟁
올 상반기 통신업계에는 아이폰 국내 상륙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주도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특히 SK텔레콤은 아이폰의 독주를 막기 위해 상반기 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스마트폰 라인업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상반기에만 삼성전자의 '갤럭시 A'·'갤럭시S'·HTC의 '디자이어'·'HD2'·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X10'·모토로라 '드로이드'·'XT800W'·팬택의 '시리우스'·RIM의 '블랙베리 볼드9700'·LG전자의 'SU950' 등 총 10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중 갤럭시A, 디자이어, 시리우스, 블랙베리 볼드 9700, 갤럭시S, 엑스페리아X10, HD2 등은 이미 출시가 됐다.
SK텔레콤이 상반기에만 10종에 달하는 '화려한 스마트폰 라인업'을 내세우고 있다면, KT는 다시한번 애플의 아이폰을 내세워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KT는 상반기 중 노키아 X6와 구글이 야심차게 개발한 '넥서스원'을 내놓은데 이어 아이폰의 열기를 이어갈 차기 스마트폰 모델로 '아이폰4'를 전략상품ㅇ로 내놓았다. 이밖에도 LG전자 '옵티머스Z', 팬택의 시리우스 후속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통합LG텔레콤도 '한국형 스마트폰'인 '옵티머스Q'를 내세워 스마트폰 시장 전쟁에 뛰어들었다. 또 연내 7~8종의 스마트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 와이파이존 구축 전쟁
스마트폰의 확산에 무선인터넷 이용이 급증하자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은 공짜로 무선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존 확대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KT는 현재 확보해 놓은 2만1000개의 와이파이존을 올 9월까지 2만700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도 연내 와이파이존을 1만 개 이상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통합LG텔레콤은 하반기 출시하는 대부분의 휴대폰에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하고,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올해 안에 전국 1만1000여 곳에 액세스포인트(AP)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와이파이존을 타사 이용자에게도 개방한다는 전략을 공개, 그동안 와이파이 경쟁력에 무한한 자신감을 피력해온 KT를 압박하고 있다. 즉 SK텔레콤의 와이파이존에서는 KT나 통합LG텔레콤 등 모든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이는 "경쟁사가 적정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와이파이망을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KT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만약 방통위와 소비자가 와이파이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나선다면, KT는 막대한 투자를 들여 구축해놓은 와이파이존을 SK텔레콤과 통합LG텔레콤에 '무상 지원'하게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요금제 경쟁, 유무선 벽 허물었다
상반기 통신시장에는 '가족단위'라는 새로운 요금 경쟁이 출현했다. 통합LG텔레콤이 '온국민은 요(yo)' 요금제 출시한다고 밝힌데 이어, KT도 이와 유사한 요금제를 들고 나온 것.
먼저 통합LG텔레콤이 내달 1일 출시하는 '온국민은 요'는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인터넷TV 등을 묶어 가족의 상한요금으로 정한 뒤 사용하는 서비스다. 유선상품은 전혀 가입하지 않아도 되고, 하나만 가입하거나 모두 가입해도 된다. 상한금액보다 적게 사용한 경우에는 다 낼 필요없이 사용한 만큼만 내면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결합에 따른 약정이나 제한이 없고, 무선데이터 통신 요금까지 포함된다는 점도 타사와 차별화된 포인트다.
KT도 같은 날 가계통신비를 절감을 위한 가구단위 요금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지난 4월 출시한 가구단위 유선상품 '쿡 셋 퉁(QOOK Set 퉁)'에 이어 이동전화에도 가구단위 사용개념을 도입한 '쇼 퉁(SHOW 퉁)' 상품을 출시했다. 이 밖에도 KT는 이르면 내달 중 통합LG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초고속인터넷·유선전화·IPTV·이동전화를 묶은 기본료 10만 원의 '쿡앤쇼 셋 퉁(QOOK & SHOW Set 퉁)' 결합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 통신시장 내 가족단위 요금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 기업시장 새 격전지로 부상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모바일 오피스 시장이 국내 통신사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은 산업생산성증대(IPE) 전략을 바탕으로 관련 사업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SK텔레콤은 기업시장에서 블랙베리를 판매한지 1년 만에 포스코, 현대하이스코, 씨티은행, LIG넥스원, 대한항공, 한영회계법인 등 총 500개 사를 고객으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기상청에 정부기관 최초로 유무선융합(FMC) 기반의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하고 포스코, 동부그룹, 미래에셋 생명, 대우증권 등에도 모바일 오피스를 구현했다. 최근에는 렌터카 브랜드 에이비스(AVIS)로 유명한 아주오토렌탈과도 사업협력을 통해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기업들과 서비스 구현을 위한 MOU체결에 나서고 있다.
KT도 S.M.ART(Save Cost Maximize Profit Art) 전략을 바탕으로 도시철도공사와 현대중공업,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등에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했다. 또, 지난 4월에는 핸디소프트 등 23개의 모바일 오피스 분야에 특화된 솔루션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그동안 경쟁사들에 비해 기업시장 공략에 주춤한 행보를 보인 통합LG텔레콤도 최근 이랜드그룹과 모바일 오피스 구축 계약을 체결하며 기업시장에서 첫 성과를 올렸다. 양사는 앞으로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스마트폰을 통해 뉴코아, 킴스클럽마트, 이랜드, 데코 등 이랜드 그룹의 패션·유통사업 계열사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내달 1일 LGU+(유플러스)로 새롭게 태어나는 통합LG텔레콤은 기업시장 핵심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어, 앞으로 기업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