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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선언 '성남시' 법정다툼 등 거센 후폭풍 전망

성남시가 판교신도시 조성을 위한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 쓴 5천200억원을 갚을 수 없다며 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지난 12일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토해양부와 토지주택공사, LH 등에 내야 할 분담금을 시 예산이 부족해 내지 못하겠다고 공식 밝혔다.

판교신도시 사업은 국토부와 LH, 경기도, 그리고 성남시가 공동으로 진행해오던 사업이다. 이에 따라 신도시 조성을 위한 비용을 사업주체들이 함께 부담해야 하는데 성남시의 전임 집행부가 판교특별회계에서 5천200억원을 꺼내 일반회계 예산으로 써버려 도로 건설비용 같은 공동분담금을 당장 낼 수 없다며 지급을 미룬 것.

이와 관련 이 시장은 "판교신도시 조성을 위한 분담금은 금년 일반회계금액에서 45%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고 단기간 내에 변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득이 지불유예선언을 할 수밖에 없다"라며 "전임 집행부가 판교특별예산에서 전용한 돈을 호화청사 건립 등 불필요한 사업에 낭비한 것이 단초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시가 이른바 '흑자 부도'를 맞게 됐다며, 지급유예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임기 안에 돈을 나눠 갚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의 지급유예선언으로 돈을 받아야할 LH와 국토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LH는 2천300억원을 성남시 대신 시공사에 전액 대납한 상황이다. 하지만 시가 지급유예를 선언함에 따라 대납한 비용을 환수할 수 없음은 물론 그에 따른 이자비용까지 감당해야할 상황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 LH관계자는 "성남 판교신도시 개발 과정에 성남시를 대신해 공사대금을 시공사 등에 이미 기투입한 상황"이라며 "LH는 철저한 자체 검증을 통해 성남시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그간 전국 최고 부자도시로 손꼽히던 성남시가 사상초유의 지급유예를 선언함에 따라 그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 방만한 지자체 운영…후폭풍 거세질 것

전문가들은 세간에서 부자도시로 손꼽히던 성남시가 재정난으로 지급유예를 선언하자 그 여파가 각 지자체로 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난에 허덕이며 제2의 성남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취재에 응한 부동산 전문변호사 K씨는 "성남시의 경우 호화청사 건립 등 방만한 지자체 운영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라며 "이미 많은 지자체가 재정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급유예 도미노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부산시의 경우 남구청이 예산난으로 2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직원의 인건비를 충당한 바 있다"라며 "이는 지난 2007년 400억6천만원을 들여 1만6천34㎡에 지하 2층, 지상 7층짜리 신청사를 건립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강원도 또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며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제2의 성남사태가 또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속초시의 경우 대포항 일대 개발사업을 진행하며 총 사업비 660억원을 쌍용에 갚아야 하지만 부지를 팔지 못해 지방채를 발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법적다툼으로 비화될 수도

한편 성남시의 지급유예선언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이번 사태가 법적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재정 운용과 관련한 규정을 담은 현행 지방재정법에 지급유예와 관련한 규정 자체가 없다"며 "성남시의 지급유예선언에 법적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영진의 변호사는 "성남시가 변제를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라며 "하지만 지방재정법에 이번 사태를 규정할 수 있는 법리가 없는 만큼 법적효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소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 돈을 받아야하는 LH와 국토부가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사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부연설명이었다.

하지만 법적 책임에 관한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간'의 재정을 펑펑 쓰며 방만하게 지자체를 운영한 일선 담당자들의 도덕적인 책임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