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금난과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성남 구도심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이로써 성남시의 판교 특별회계 전용금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으로 촉발된 성남시와 LH의 갈등은 위례 개발 지분을 둘러싼 공방을 거쳐 3라운드에 접어들게 됐다.
25일 LH와 성남시에 따르면 LH 산하 성남도시재생사업단은 지난 23일 성남시를 방문해 성남 구도심 재개발사업에 대해 일괄포기하겠다고 통보했다. 공식문서는 이번주 중 전달할 계획이다.
LH가 중단을 선언한 사업은 성남 구도심 2단계 재개발사업으로 수정구와 중원구 일대 금광1, 중동1, 신흥2, 수진2 등 총 4개 구역이다. 이중 성남시가 지난 12월 사업 인가를 낸 2단계 주택재개발사업 3개구역의 사업 총면적은 54만5863㎡(16만5000여평)로, 분양주택 7401가구, 임대주택 1648가구 등 공동주택 총 9049가구가 건립이 될 예정이었다. LH에서 지장물 조사와 자산평가 등을 마쳤고, 시공사 선정과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의 절차만을 남겨 놓을 정도 상당히 사업이 진척된 상태다.
이에 따라 2000년 성남시와 옛 대한주택공사가 순환재개발 방식을 도입하면서 시작된 이 사업은 10년 만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LH가 손을 떼면 성남 지역주민을 포함해 투자자들은 사업 지연에 따른 재산상 피해를 입는 등 이 일대 부동산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금난에 직면한 LH가 다른 사업지구에 대해서도 사업타당성을 검토 중이어서 포기 선언이 이어지면 해당 지역 경제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LH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됨에 따라 중단하기로 회사 방침이 정해졌다"면서 "주민대표자회의에도 사업포기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LH에 따르면 2008년부터 시작된 부동산경기 침체 장기화로 분양가의 기준이 되는 사업 대상지 인근 시세(3.3㎡당 1200만원)가 건설원가(3.3㎡당 약 1300만원)보다 낮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권리자의 분양신청을 받을 경우 주민부담 증가와 재산가치 하락으로 현금청산 신청이 폭증할 것이 예상되고, 이 경우 분양신청한 주민들은 부담금이 더욱 늘어나 사업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LH는 분양대금이 사업비를 충당할 수 없게 돼 결국 권리자인 주민의 사업비 부담액이 크게 늘어나고 재산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 사업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LH의 이번 재개발사업 포기 결정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급유예 선언으로 촉발된 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LH 측은 “사업 중단 결정은 최소한 3∼4개월의 검토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성남시의 지급유예 선언과 무관하다”며 “지난 4월에도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강원 속초 노학지구에 대한 도시개발사업지구 지정을 해제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지역 주민과 투자자인데다가 타 사업지구에 대한 사업포기가 이어질 경우 후폭풍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