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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개발 포기는 '신호탄?'…지방공사들 재정난으로 '휘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성남 구도심 재개발사업을 전면 포기하기로 결정하며 수도권이나 지자체에서 진행되는 개발사업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이번 LH의 사업포기 사태를 단초로 공기업이 진행하는 개발사업에 대한 신뢰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경기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지역개발을 목적으로 태어난 수도권 및 지방자치단체 산하 도시공사들의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되고 있어 사업포기가 속출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부동산컨설턴트는 "LH는 정부투자공기업이고, 각 지자체의 도시개발공사는 지자체투자공기업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라며 "공기업이 개발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오는 2012년까지 이들 공기업의 채권 만기 도래액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돼 재무 부실화가 심하다는 점"이라며 "남양주도시공사와 평택도시공사, 안산도시공사 등은 설립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고 해마다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부실을 메우기 위해 지역주민들의 세금 부담이 무거워지거나 초대형 개발사업 포기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부연설명이었다.

한편 공기업이 오히려 민간기업보다 사업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해 개발사업이 진행되며 주민 갈등이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성남사태를 단초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할 이들 공기업이 주민분열을 조장하거나 수익사업에 열을 올리는 등 부작용이 확산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경기뉴타운조합관계자는 "당초 뉴타운사업이 진행될 당시, LH가 공영개발방식을 밀어붙이기 위해 주민들 편 가르기를 시도하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라며 "인천도시개발공사는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청라의 부지매각과 매입 과정에서 땅 장사를 한다는 오명을 쓰기도 해 공기업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고 전했다.

 

심각한 자금난 '사업포기' 혹은 '사업지연' …공기업 비판 여론 거세

가장 큰 문제는 지자체 도시공사들이 재무 부실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며 정상적인 사업진행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2007년 이후부터 올해까지 SH공사가 발행한 채권액은 5조9천700억원이며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찍어낸 채권은 3조2천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인천시청 관계자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며 시에서 진행하던 굵직굵직한 사업을 포기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했다"라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현금 유동성 악화로 사업 재조정이 검토되고 있는 검단 신도시사업"이라고 전했다.

지난 19일 인천도시개발공사는 검단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무기한 연기하고 검단신도시는 재무상태 악화를 이유로 보상·착공시기를 늦추는 등 사업을 조정하기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지방채까지 발행하며 무리하게 진행됐던 개발사업들이 도시개발공사의 자금난을 이유로 전면중단 돼 건설업계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천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우선 자체적인 대안일 뿐, 시나 국토해양부등과 협의를 통해 확정하겠다"고 해명했지만 무리한 사업강행이 사업 중단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LH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LH가 시행하고 있는 전주, 만성지구 등 3곳의 택지개발 사업을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지구 개발사업은 당초 3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LH공사가 이 사업에 대해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사실상 사업에서 손을 때기로 결정한 것.

익명을 요구한 LH관계자는 이와 관련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 몇 개월에 걸쳐 우선순위를 결정했다"라며 "전주에서 진행되는 3개 사업단지의 경우 분양가와 판매가가 맞지 않아 수백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해 사업 진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LH의 자금난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올 초 인천지역 곳곳에서 사업과 보상 문제가 불거지며 LH의 심각한 자금난과 사업지연이 이미 도마에 오른바 있기 때문이다.

대한주택공사가 1조8천억여원 규모의 선수촌·미디어촌 개발을 맡도록 시와 협의가 거의 마무리될 쯤 LH공사가 출범하며 사업을 포기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이와 관련 도시정비사업 전문가 S씨는 “당시 사업성이 확보된 상황이었음에도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LH공사가 자금난에 시달렸음을 의미한다”라며 "인천시 곳곳의 주거환경개선사업 또한 LH의 자금난에 의해 사업이 지연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공기업이 사업진행…오히려 '역효과'

한편 일각에서는 공기업이 재정난을 이유로 속속 사업포기나 연장을 시사하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관계자들은 올 초 인천도시개발공사가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청라의 부지매각과 매입 과정에서 사려는 땅은 깎으려 하고 팔려는 땅은 17배에 가까운 매각가를 제시해 비난여론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안양새마을지구에서는 LH와 주민 간 반목이 소송대란으로 번진 바 있고 제물포역 도시재생사업은 공영개발에 대한 주민 반대가 높아 전면백지화 된 적이 있어 곳곳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공사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성남시 금광1구역 관계자는 "성남 재개발의 경우에도 주민대표회의 구성부터 LH와 주민 간 갈등이 끊이질 않았다"라며 "공기업이 사업을 시행하며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할 것"이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