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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로부터 소형차 사업부문에 대한 제조를 위탁받아 생산하는 회사가 있다.
동희오토(대표 이동호, 배근호)라는 회사다. 기아자동차가 35.1%, 동희산업이 45%, 평화크랏치공업이 19.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는 유일한 완성차 외주생산업체다. 2004년 1월부터 기아자동차 ‘모닝(수출명 피칸토)’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와 2011년 2월까지 공장부지(244,299㎡) 및 건물(76,448㎡)에 대해 임대차 계약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기계장비 등은 현대캐피탈에서 금융리스 형식으로 쓰고 있다. 실질적으로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인 셈이다.
요즘 이 회사가 시끄럽다. 독특한 인력운용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임직원은 모두 160여명, 전원 사무직으로 정규직이다. 그러나 생산부문은 다르다. 정규직이 없다. 930여명 전원이 17개 하청업체에서 파견된 1년 계약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차체는 희광기업, 도장은 호성산업·수경산업, 의장은 서종기업·태창기업·선장기업·우경기업·우성산업·대신기업·대명기업·우래산업 등 8개사에서 공급받는다. 또 품질관리는 서해인스테크에서 맡고 있으며, 생산관리는 대훈산업, 보전은 홍진, 안전환경은 아산테크, 경비는 현대실업, 배송관리는 진양MP 등이 맡고 있다.
이들이 만드는 ‘모닝’은 상반기에 만 5만3179대가 팔려 2004년 첫 출시 이후 지난 5월 누적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현대기아차 그룹이 2009년 매출 약 19조원, 영업이익 약1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데에는 ‘모닝’도 한몫했다.
현대차의 아반떼와 쏘나타에 이어 국내 판매 3위에 올랐다. 지난 4월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동희오토의 2009년 영업이익은 101억원으로 2008년 23억원보다 430%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39억원으로 2008년 손실 14억원을 넘어서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하청 노동자들은 동희오토의 직원이 아닌 관계로 상당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 농성중인 한 해고노동자는 “영업이익이 늘어났지만 비정규직직원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하청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2005년 6월에 노조를 결성했다. 그러나 동희오토는 업체를 폐쇄시키거나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해왔다. 동희오토가 지금까지 해고한 노동자는 100명이 넘는다. 이중 대부분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 됐다.
이백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장은 “비정규직이 2년이 지나면 무기 계약직으로 바뀌는데 보통 정년까지보장받기 때문에 정규직과 유사하다. 따라서 동희오토는 2년이 지나기전에 하청업체와 계약을 끊거나 혹은 업체를 폐쇄시키는 방식으로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05년 설립 당시 830명의 노동자 중 250여명이 지회에 가입했다. 그러자 동희오토는 인력을 공급하던 대광산업을 폐쇄하면서 노조활동을 막아왔다. 대광산업에서 파견된 노동자 전원이 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동희오토는 그동안 동희오토의정규직인 사무직 직원을 교육해 라인을 가동시켰다.
이때 56명이 집단해고 됐다. 그후 2008년에 3건, 2009년에 1건의 업체 폐쇄가 이뤄져 120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이 지회장은 “동희오토 관리자는 작업자에게 말도 걸지 않는데, 직접지시가 내려지면 불법파견에 해당되기 때문”이라며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불법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해고 노동자들은 요즘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빌딩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이다. 지난달 12일부터 현대기아차 그룹 정몽구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정규직으로 인정해 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해고 노동자들도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동희오토와 계약을 맺은 건 맞다”며 “그런데 농성자들은 동희오토 자체에서 하청을 준 사람들로 현대기아차랑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중으로 하청을 받는 제조업에서 실질적으로 업무지시가 원청업체에서 내려온 경우에 대해 불법도급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7년 불법파견을 판단하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인정되는지 여부, 실질적 업무지시가 내렸는지 여부 등을 통해 불법파견여부를 판단하도록했다.
한편 이 회사는 이동호 사장과 배근호 사장이 공동대표로 있다. 2006년 6월 배 사장이 취임했다. 배 사장은 서울대 공과대를 졸업한 후 현대자동차에서 약 24년간 근무한 현대자동차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