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실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이에 따라 남 부회장에 뒤를 이어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10월1일자로 LG전자의 새 사령탑을 맡게 됐다.
LG전자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이날 사의를 표명한 남 부회장의 의사를 받아들이고 10월1일자로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을 LG전자의 새 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남 부회장이 CEO로서 현재의 경영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는 한편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내년 이후를 준비토록 하기 위해 정기인사 이전인 오늘 이사회에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LG전자 이사회는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라는 LG의 인사원칙을 반영하는 한편 하루 빨리 사업전략을 재정비하고 조직 분위기를 쇄신해 현재의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길 바라는 남 부회장의 뜻을 존중해 용퇴의사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남 부회장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는 대표이사직을 유지키로 했다.
LG전자의 새 대표로 선임된 구 부회장은 구본무 LG그룹회장의 친동생으로, LG전자, LG화학, LG반도체,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LG 주력계열사에서 임원과 CEO를 두루 거치면서 약 25년간 전자사업 분야에 몸담아 왔다.
이번에 사임을 표명한 남 부회장은 1976년 LG전자(전 금성사)에 입사해 그룹 기획조정실이사, 경영혁신추진본부장, 멀티미디어사업본부장, LG텔레콤사장, 전략사업담당사장 등의 요직을 거친 LG의 핵심 경영자로서 30여년간 근무했다.
한편 남용 부회장은 지난 14일 LG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전사 협력회사 품질 결의식'을 갖고 "품질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것"이라며 "회사의 비전인 '세계 최고 혁신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품질경쟁력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며칠 사이 남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한 것은 최근 눈에 띄게 확대된 스마트폰 시장 수요에 대비하지 못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데다 유럽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실적 악화로 고전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업계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