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트윗@newclear_heat) 기자] "외환은행 문제의 핵심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위법적인 은행 소유다.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또 다른 작업은 외환은행 문제에 관한 각종 주장 중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이론적으로 옳지 않은 주장을 골라 폐기하는 것이다"
전성인 교수(홍익대학교)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민교협·전국교수노조·학술단체협의회 주최, 금융노조 주관으로 열린 세미나에서 "왜곡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실과 법령에 기반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외환은행 문제와 관련한 8가지 잘못된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우선 그는 지난달 론스타가 일본의 골프장 관리회사를 보유하고 있음이 드러남으로써, 2005년 이후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임이 입증됐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2003년 9월 외환은행 주식 51% 취득을 승인받은 론스타펀드 Ⅳ호 및 Ⅲ·Ⅴ호가 33.3%씩 공동투자해 만든 SPC(특수목적법인)는 2005년 벨기에 법인인 '퍼시픽 골프 그룹'의 지분 65%를 매집, 지배주주가 됐다. 이 회사는 일본내 골프장 130곳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 현재 자산 규모가 약 2600억엔(약 3조7000억원)에 이른다.
은행법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의 기준은 특수관계인 중 비금융회사의 자본총액 합계액이 전체의 25% 이상이거나, 규모가 2조원 이상인 경우다.
◆ 감독당국이 결정을 미룰 수록 론스타만 배불린다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이 론스타의 주식매각에 대한 승인을 미룰 수록 론스타는 배당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국부유출만 증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성인 교수는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감안하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효율적일 경우 론스타가 미래의 어느 시점까지 배당을 챙기고 미래의 가격에 주식을 매각하건, 그 배당과 미래 가격이 반영된 현재의 시장가격에 주식을 매각하건 론스타가 향유하는 이익은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 비금융주력자임을 밝혀 봐야 주식을 매각하려고 하는 론스타에게는 아무 상관없거나, 오히려 도와주기만 한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하는 경우에는 이런 주장이 부분적으로 타당할 수도 있지만, 비금융주력자 문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어 "현재 비금융주력자임이 밝혀지면 그것은 당연히 2003년 인수 당시의 비금융주력자 해당 여부에 대한 재검토로 발전하고, 그 사실관계에 따라 론스타가 현재 보유중인 주식의 적법한 소유자인지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론스타는 외국인이라서 과거에 우리나라 법을 잘 몰랐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가혹하게 대할 수 없다
전성인 교수는 "이 주장의 변종으로 그 때는 정책당국이나 론스타나 다 우리나라 법을 잘 몰랐었다는 것도 있다"고 했다.
이어 "2003년 9월2일자로 론스타가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외환은행 주식매입 승인신청 서류에는 비금융주력자의 해당 여부에 대한 계산 결과를 수록하고, 그 결과 비금융주력자가 아니어서 비금융주력자가 아닌 경우에 신청가능한 은행법 제15조 제3항에 의한 초과보유를 신청한다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상식적으로도 우리나라 유수의 법률회사와 회계법인의 자문을 받았던 론스타가 우리나라 법을 몰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론스타 문제는 외국의 투자자가 주시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해법을 생각해야 한다
전 교수는 "론스타의 문제가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사인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외국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국내법의 편의주의적, 선택적 적용포기가 아니라 국내법의 내용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테마섹과 같은 외국 투자자에게는 비금융주력자 조항을 적용하고, 론스타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면 그런 재량권의 남용이 법적 불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더 증폭시킬 것이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테마섹은 하나금융지주의 주식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비금융주력자로 판정받아 9.9%까지만 주식을 보유하고 의결권은 4%까지만 행사했다.
◆ 비록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초과보유 승인이 위법한 결정이었다고 해도, 법적 안정성을 위해 그냥 덮어 두는 것이 낫다
이에 대해서는 "비금융주력자 판정은 감독당국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법률상의 객관적 요건을 구비하면 자동적으로 해당되는 것이다"며 "비금융주력자가 은행주식을 한도를 초과하여 보유할 수 없다는 것 역시 감독당국과는 무관한 은행법상의 규율이다"고 했다.
전 교수는 "이를 덮기 위해서는 진실 그 자체를 은폐해야 하는데 이것은 그것 자체로 위법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사인(私人) 간의 재산권에 부당한 침해를 하는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론스타가 2003년의 인수시점에서도 비금융주력자로 판정될 경우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주식의 대부분은 외환은행 등 원래의 소유·발행자에게 반환되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당사자간의 이익에 큰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
◆ 론스타가 이 문제를 국제투자자 분쟁해결기구에 제소하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한국과 벨기에 간에 체결된 상호투자보장 협정 제8조에 의하면 일국의 투자자가 타국에 투자한 경우 이 투자자가 타국 정부를 국제 투자자 분쟁해결기구에 제소하는 것은 가능하다.
제소의 원인(provokability)은 투자를 유치한 정부의 상호투자보장협정에 따르는 의무의 불이행이다. 이 의무의 핵심은 외국 투자자에 대한 내국인 대우, 최혜국 대우, 송금 보장으로 요약된다.
전 교수는 "대한민국 정부가 론스타로부터의 소송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론스타를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하고, 다른 외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하고 배당이나 매각익의 자유스러운 송금을 보장하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비금융주력자 조항이나 특수관계인 조항을 적용할 때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을 없애야 하고, 테마섹에게 비금융주력자 조항을 적용한 것과 동일하게 론스타에게 비금융주력자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벨기에와의 상호투자보장협정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 수행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론스타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은 오히려 다른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최혜국 대우 위반을 이유로 법률적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 하나금융이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해 다양한 경로로 론스타 주식인수 재원을 조달했는데, 인수가 무산되면 하나금융이 어려워지고 외국 투자자에 대한 신인도도 하락한다
론스타 주식인수가 어려워지면 하나금융이 재무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고, 외국 투자자에 대한 신인도도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전 교수는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던 하나금융이 이 문제를 무시·외면한 선택의 당연한 귀결일 뿐이다"며 "이런 행위를 사후에 추인하지 말고 통제하는 것이 감독당국의 당연한 책무다"고 못박았다.
◆ 감독당국의 인수 승인이 미뤄지면 외환은행의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훼손되므로, 약간의 문제가 있더라도 빨리 인수 승인을 내주어서 경영권을 안정시켜야 한다
외환은행의 소유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될수록 외환은행의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장기적 경영비전의 수립 등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전성인 교수는 "성급하게 론스타의 매각을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로 판명됐기 때문에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론스타를 몰아내고 시급히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되찾아 안정시키는 것이 해법이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