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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지상파, 시청자 불편·불만에도 협상보다 비방전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28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KBS2와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고화질 HD 송출 중단이 사흘째 계속되면서 그동안 고화질로 지상파 방송을 시청했던 시청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 TV와 지상파 간의 재송신 대가 협상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적극적인 협상보다는 서로에 대한 비난에 몰두하고 있어 시청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28일 방송 중단 이후 디지털 방송의 중단 책임을 서로에게 떠미는 내용의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

SO들은 '10-1', '12-1' 등의 형태로 디지털 방송을 송출하던 바이패스(By-pass) 채널에 암전 화면과 함께 각 방송사의 전화번호를 고지하는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 SBS와 KBS 역시 하단 스크롤 자막으로 디지털 고화질(HD) 방송의 중단이 SO 탓이라며 각 SO의 민원 전화번호를 고지하고 있다.

양측은 물밑접촉을 통해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입장 차가 커 협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측은 지상파가 받아야 할 가입자당 요금(CPS)을 당초 지상파가 주장하던 280원보다 낮은 100원 수준으로 낮추는 데는 뜻을 모았지만 낮춘 가격의 적용 대상을 신규 가입자로 할지 이전 가입자까지 포함시킬지를 놓고 좀처럼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대 MSO(복수SO)들은 지상파 3사 중 한 곳인 SBS를 상대로 광고 수익 기여분 중 일부로 1조원을 돌려 달라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지는 양상이다.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불만은 점증하고 있다.

고화질 HD 송출이 중단되면서 270만 HD 가입 가구는 표준화질이나 아날로그 화면으로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으며,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 중 디지털TV 수상기를 보유한 약 500만 가구도 HD 시청이 중단됐다.

시민ㆍ사회단체들도 잇따라 입장을 표명하며 방송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상파방송사는 난시청을 해소해 모든 국민에게 차별 없이 방송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라는 차원에서 전파사용료를 면제 받고 있지만, 재전송료 갈등 때문에 시청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에 충실한다는 대전제하에 갖가지 지상파 방송의 특혜를 누리면서 또 다시 케이블TV 측에 재전송료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것이다.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SO들은 전면적인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 중단까지 언급하며 시청자들을 협박하고 있고 지상파는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오지조차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부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주무기관으로서 행정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상파와 케이블 모두에 화질 저하와 시청 불편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배상 책임을 지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경제정책연구소는 "지상파가 케이블TV에 부과하려는 저작권료는 결국 시청자에게 전가돼 국민이 지상파방송 수신료를 추가 납부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지상파 방송은 어려운 서민의 피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케이블TV협회측은 KBS1을 제외한 지상파 3사의 HD 송출이 중단되면서, 해당 방송사들의 시청률이 지난주 평균에 비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내일부터 종합편성 채널 4개사가 방송을 시작하기 때문에 지상파의 시청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