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럽과 미국 중앙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에 부정적인 뜻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재정이 취약한 일부 유럽 국가에 대한 재정위기 우려가 재발하면서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세계 주요 증시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유럽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역내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위기 우려가 완화돼 증시가 회복되고 미국은 실물 경제 지표의 호조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으로 증시가 살아나는 등 최근까지 미국과 유럽의 증시가 몇 년 사이에 보기 어려운 호조를 보였지만 미국 연준이 추가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런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추가 경기부양을 위한 제3차 양적완화(QE)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이 개진됐다.
이 영향으로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 3일 64.94포인트 떨어진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전날보다 하락폭이 더 커져 124.80포인트 폭락한 13,074.75로 주저앉는 등 지난달 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두 차례에 걸쳐 유럽 금융권에 1조 유로 규모의 장기 저리 자금을 공급,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ECB 또한 추가 경기부양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 금융시장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4일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면서 추가 양적완화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쳐, 유럽의 경기와 금융시장을 떠받쳐온 ECB만 바라보고 있던 투자자들을 두려움에 빠트렸다.
이는 스페인의 국채 입찰 부진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스페인은 ECB 금융통화정책회의가 열린 날 25억9천만 유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는 데 그쳐, 최대 목표액인 35억 유로에 훨씬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채금리도 크게 뛰었다. 5년물 평균금리는 3.38%에서 4.32%로 1%포인트 가까이 급등했고 3년물은 2.44%에서 2.89%로 올랐다.
스페인 국채 입찰의 부진은 투자자들에게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재부각되게 했고, 이에 따라 다른 유럽 국가의 국채 수익률도 상승했다.
유로화는 달러에 비해 약세를 보였고 유럽의 주요 증시는 지난 4일 2%가 넘는 큰 폭의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미국과 유럽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주요 증시도 지난 4일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오펜하이머펀드의 제리 웹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유럽을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스페인 국채입찰의 부진이 유럽 위기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유럽의 재정 위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다시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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