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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호이 스페인 총리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와 전쟁도 불사"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구제금융 신청과 관련해 '국가적 수치'라며 자국 여론의 집중포화가 쏟아지자 비난의 화살을 막기 위해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를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나섰다.

라호이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유럽 통합을 위해 재정과 은행 연합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이 방안에 반대하는 분데스방크와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역공을 펼쳤다.

또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지지를 끌어내 오는 22일 로마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를 타결짓겠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은행 및 재정 연합 방안과 관련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도 이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라호이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구제금융 신청을 국가적인 수치로 여기는 국민적 감정을 고려하는 한편, 은행 및 재정 연합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를 적으로 규정해 비난의 화살을 분데스방크로 돌려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잠재우려는 카드로 풀이되고 있다.

또 스페인 정부가 구제금융 조건을 놓고 EU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자세가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라호이 총리는 또 구제금융 신청과 관련해서는 "EU의 지원 금액은 1천억유로지만 은행 위기 해결에 이 금액이 다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에 비례해 공공부문 부채 부담도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라호이 총리는 집권 이후 교육 및 의료 부문 재정 지출을 삭감하고 근로자 해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개혁 조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구제금융까지 신청해 궁지에 몰리고 있다.

또 구제금융 신청이 결정돼 재무장관에게 벼랑 끝 협상을 주문하고서도 막판까지 구제금융 신청을 공개적으로 부인한 것이 드러나 더욱 수세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구제금융 수용 직후 발표를 재무장관에게 떠넘기고 폴란드에서 열린 유로2012 경기를 관람한 것으로 인해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