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한국은행이 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 기준금리가 연 2.75%로 낮아졌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인해 올해 우리 경제가 2%대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 확실시 돼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감안해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세계·국내 경기의 향배에 따라 이번 인하 결정이 오판·실기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경제 흐름이 '상저하저'에서 '상저하저'로 바뀐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려봐야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 적기를 놓쳤다는 비판론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1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3가 한은 본관에서 김중수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로 3개월 만에 0.25%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가 연 2%대로 낮아진 것은 2011년 2월(2.75%) 이후 20개월 만이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3.0%에서 6월 3.25%로 오른 뒤 13개월 만인 올해 7월 3.0%로 낮아졌고 이후 석달 뒤인 이달 2.75%로 다시 떨어졌다.
수출·내수 부진으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우리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7%로 낮추고 현대경제연구원은 10일 올해 성장률이 2.5%로 내려설 것으로 전망하는 등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5% 내외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자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낮추는 팽창·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시중에 돈이 돌게 해 경기를 진작시킨다는 의도다.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광공업생산 8월치는 전월 대비 -0.7%로 3개월 연속 떨어졌고, 제조업 가동률은 2009년 8월 이후 최저인 73.8%에 그쳤다.
올해 9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8%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소비가 위축돼 앞으로도 수출부진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기침체의 정도를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갭률은 올해 3∼4분기 모두 -0.2%로, 내년말까지 마이너스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GDP갭이란 잠재GDP와 실질GDP의 차이를 말한다. GDP갭률이 마이너스(-)인 것은 현재 경제가 잠재치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물가가 계속해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물가는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0%로 올해 3월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한은의 연간 상승률 전망치(2.7%)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이 위기국 채권 무제한 매입을 시작했고, 미국도 3차 양적완화(QE3)에 나섬에 따라 대외 불확실성이 다소간 해소돼, 이번 인하에 대해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지난 9월 금통위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도 "유럽위기가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이고 중국 상황도 호전되고 있어 올해 4분기에는 우리경제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HMC투자증권 이정준 연구원은 "한은으로선 금리인하의 필요성이 컸겠지만 시중은 이미 과잉 유동성 상태"라며 "금리인하가 경기부양에 미치는 파급경로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뜸을 들이는 사이 우리 경제가 '상저하저'에서 '상저하저'의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유에서 적기를 놓쳤다는 실기론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