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 증세를 일으켜 병원에서 응급 시술을 받고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진 11일 오후 이 회장이 입원중인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로비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관련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
[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10일 밤 심장질환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향후 삼성그룹의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의 수술 이후 첫 주식 거래일인 12일 장에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재벌 총수의 '건강 리스크'가 악재로 해석되진 않는 모습으로 움직였다.
12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는 오히려 전 거래일보다 3.97% 상승했고 삼성생명[032830]과 삼성물산[000830] 주가도 각각 4.04%, 2.71% 올랐다.
반면 이날 삼성SDI[006400], 삼성증권[016360], 삼성전기[009150] 등 다른 계열사는 떨어졌다.
이 회장이 건강 문제로 입원했던 과거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1월 초 그가 입원했을 때 삼성전자 주가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삼성물산은 2.63% 떨어졌다. 2009년 3월 입원 소식이 알려졌을 때는 이튿날 삼성전자 주가는 소폭 올랐다.
결과적으로 이 회장의 건강 악화가 삼성그룹 주가에 직접 미치는 영향력은 일관된 방향성이 일단 없는 셈이다.
이는 생전에 건강 악화설을 달고 살았던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경우와는 다른 흐름이다. 잡스의 건강 악화는 단기적으로 애플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2008년 6월 건강 악화설에 대해 스티브 잡스가 해명을 했음에도 애플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고 2011년 1월 스티브 잡스가 병가를 내자 이튿날 애플은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그해 8월 건강이 악화해 결국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CEO)를 사임하자 애플의 주가는 5%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이 회장 외에도 국내 재벌 총수의 '건강 이상설'은 해당 기업의 주가에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0년 7월 효성 조석래 회장이 건강 이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전격 사임했을 때도 이튿날 효성의 주가는 2.76% 상승했다.
이 회장의 건강 악화설은 삼성그룹 전체의 위기라기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자녀의 그룹 승계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돼 이에 따른 이해관계에 주가의 '희비'가 갈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이경민 연구위원은 "이 회장의 건강 문제는 그룹 지배구조의 개편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이 회장 일가가 그룹의 지배구도를 확고히 하리라는 전망에 따라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이 강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