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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가 붙인 김정은 호칭

사람에게 붙이는 호칭은 그 사람의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고, 때로는 그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드러내기도 한다. 또한 호칭을 부치고 부르는 사람의 상대방에 대한 인식과 평가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김정은의 공식호칭은 노동당위원장,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인민군 원수 등 무려 9가지에 이른다. 이는 김정은의 북한 내 사회적 지위가 독보적이고 중요한 요직을 두루 차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에 평가도 너무나 다채롭다는 것이다. 작년 대선 때에는 김정은을 두고 '미치광이(maniac)' 또는 ‘나쁜 녀석’(bade dude)'라고 하더니 지난 30일 폭스뉴스에서는 ‘꽤 영리한 녀석(pretty smart cookie)'라고 하여 상당히 호평을 하는가 하였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트럼프대통령은 북한에 대하여 선제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하더니 “내가 그와 함께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영광스럽게 할 것”라고 아첨어린 평가를 내어 놓았다.

이렇게 김정은에 대한 대조적 호칭을 붙이거나 상반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 외교적 전술이이나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국가원수의 언행이나 국제관계상 사용하는 용어는 원칙적으로 일관성과 품위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변화가 있더라도 기본정신을 같은 것이 보통이고 용어 또한 절제의 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런 기준에 비추어보면 트럼프의 김정은 호칭이나 북한에 대한 전략으로 사용하는 설명이 적절한 범주를 벗어난 것은 분명하다. 여하튼 우리 정부는 남북한관계와 대미관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상당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호칭이나 용어변경이 국제관계상의 정책이나 전략의 변경인지 아니면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언어사용습벽인지, 그것도 아니면 두 가지가 뒤섞여 있는 것인지 잘 분석한 뒤 우리의 대응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만 이런 상황적 대응도 쉽지는 않지만 우리 나름대로의 주체성과 주관이 분명히 확립된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