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위기를 맞고 있다. 주 수입원인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싸게 제공하는 변호사·출판사·스타트업 등이 연이어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값 중개 수수료'를 내세운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집토스 3월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집토스는 전·월세 매물을 중개할 때 집주인에게만 수수료를 받는다. 세입자들은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내지 않아 부담이 적고,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빨리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 앱뿐 아니라 서울 강남·관악·왕십리에 사무실을 열고 오프라인 중개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1만1000여건의 매물이 등록돼 500여명이 이용했다. 또 다른 부동산 앱인 공짜방·우리방도 집주인에게만 수수료를 받는다.
'정액제' 수수료를 내세운 부동산 앱도 늘고 있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인 부동산다이어트는 매물 금액에 상관없이 0.3%의 수수료를 받는다. 변호사들이 만든 부동산 중개 서비스 트러스트부동산도 집값에 상관없이 45만·99만원 두 가지 정액제 수수료를 내세웠다.
교육 출판회사인 진학사는 올해 8월 '복딜'이라는 앱으로 부동산 중개 시장에 진출했다. 집주인들이 자신의 집을 앱에 올려놓으면 이 매물을 중개하고 싶은 공인중개사들이 경쟁 입찰을 벌여 낮은 수수료를 제시한 공인중개사가 중개 권한을 가져가는 식이다. 평균 낙찰가율은 오프라인 공인중개사들이 받아가는 수수료의 약 70% 수준이다.
이 앱들은 공인중개사들이 독점해오던 부동산 중개 시장의 수수료가 비싸다는 점을 겨냥해 부동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진출한 앱들은 "중개업체들이 담합으로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 공인중개사들은 지역별 지회에 소속돼 있어 비슷한 수수료를 받는다.
서울 강북구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지회 소속 공인중개사끼리 카톡·밴드 등 SNS를 통해 '어떤 매물을 갖고 있는지 비교하지 못하도록 부동산 벽에 매물 정보를 붙이지 말자' '수수료는 일정 금액 이상 받아야 한다'는 등의 행동 지침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황기현 협회장은 "10년이 넘게 중개 수수료를 올린 적도 없고, 자격증을 취득해 종합적인 정보와 부동산 거래 보증 보험 등을 제공하는 비용"이라며 "새로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들이 사실관계를 무시한 채 무조건 '비싸다'고 음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적절한 부동산 중개 비용'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거래 보증 금액 상향, 중개 안정성·신뢰성 제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