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유세 개편 방침을 공식화하자마자 조세 개혁을 담당할 재정개혁특위 구성에 발 빠르게 착수하면서 정부의 향후 논의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조세 형평성 제고'와 '공평과세'를 보유세 개편 이유로 든 만큼 기본적인 틀은 종합부동산세 등을 손봐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보유세의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유세만 일방적으로 강화될 경우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제를 특정 분야 시장 안정을 위해 손을 대는 것은 조세의 기본적인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리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예상되면서,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제 전반을 원점부터 다시 개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난달 22일 경제정책 방향 사전 브리핑에서 보유세 개편 방침을 밝히면서 그 타깃이 '다주택자'임을 명확히 했다. 이는 최근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 계속됐던 보유세 개편 발언과 함께 겹치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에도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점도 보유세 강화의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연말 비수기에도 0.29% 상승하면서 8·2 대책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보유세 개편에 앞서 고려할 사항 중 하나로 '거래세와 보유세 간 바람직한 조합 문제'를 든 것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거래세 인하는 부동산 매매를 활성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유세 인상에 따른 시장 위축 우려를 줄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거래세인 취·등록세는 모두 지방세이어서 거래세 인하는 지방 재정을 약화할 수 있어 중앙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거래세 문제는 행정안전부 등 여러 관계부처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특위가 구성돼야 협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만을 겨냥한 보유세 인상은 '갭' 투자 등으로 왜곡된 부동산 시장의 구조를 바로 잡고 중장기적으로 가격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분배 공평성 제고, 필요 재원 조달이라는 조세의 기본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다주택자 규제,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에 치우치면 불필요하게 많은 세수를 거둘 수도 있고 이럴 경우 의도하지 않은 자원 분배의 왜곡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다주택자의 보유세 개편안이 단순한 종부세 강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부동산 세제 전반을 아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보유세 개편 방침을 '부동산 과세체계 정상화 방안'이라고 지칭하며 보유세를 넘어선 세제 개편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일부 서울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고 전국적으로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부터 후속조치들이 계획대로 시행되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공시지가, 세율 등 여러 가지다 가능한 시나리오를 다 보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방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