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1천300개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중국이 미국산 대두 등 106개 품목에 동등한 보복을 하겠다며 양측이 서로 치명타를 가한 뒤 타협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력하는 중국의 핵심 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를 정조준했고, 중국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대두·자동차 등 핵심 품목을 겨냥함으로써 무역전쟁을 가시화했다.
구체적으로 미무역대표부(USTR)가 4일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 등 1천300개 품목에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중국은 128개 품목을 찍어 맞불 보복관세를 예고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양측 모두 이번 갈등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비화하면 정치적,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는 탓에 강력한 위협수단을 꺼내 보인 뒤 '타협 메시지'도 함께 흘리는 모양새다. 적어도 수면 아래서 치열한 협상을 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은 맞불 공세 이외에 미국을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해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관세 부과 발효 시기와 관련해 미 행정부가 공청회 등을 거쳐 6월초 정도로 늦춘 가운데 중국 역시 "미국 정부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상황에 따라 추후에 공표하겠다"고 밝혀, 두 달 이상 협상할 시간이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전날 중국의 대미 보복 조치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모든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올라온 만큼 이제는 협상과 협력의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주 부부장은 "리스트만 발표됐을 뿐 아직 관세 부과 효력은 발휘되지 않은 상태"면서 "담판 협력의 전제는 상호 존중이며 한 방향, 한 영역에서만 조건이 강화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최근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 미 국채 보유분을 줄이는 것이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것을 언급하고서 "국내법과 국제법 모두에서 중국은 책임 있는 투자자"라며 "따라서 이것이 리커창 총리가 말한 것, 미 국채 투자에 대한 중국 당국의 진정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작금의 미중 무역갈등 상황 속에서도 중국은 미국 국채 매각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도 일단 멈춤의 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보복 관세 조치 발표 직후 트위터에 "중국과 무역 전쟁 상태가 아니다. 그 전쟁을 미국을 대표했던, 바보 같고 무능력한 사람들이 오래전에 패배했다"고 밝혔다.
미국 통상분야의 한 관리는 기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치를 발표할 때마다 중국과 대화가 진행됐고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양국이 핵 주먹을 교환한 뒤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전형적인 무역 협상 방법으로 이제부터 누가 얼마큼 더 이익을 가져가지는 치열한 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