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조 등으로 자산 5조 원 이상인 대기업 집단의 당기순이익이 2배 가까이 급증한 반면, 경기 악화, 자동차 판매 부진 등 여파로 일부 대기업의 자산·매출이 크게 줄면서 대기업 간 양극화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공시대상·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재무현황·경영성과(작년 12월말 기준)를 발표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며 비상장사 중요사항·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이 중 자산 10조 원 이상 기업은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지정돼 계열사 간 상호출자·신규순환출자·채무보증이 금지되고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도 제한된다.
60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자산 총액은 1천966조7천억 원으로 지난해 9월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던 57개 기업보다 124조6천억 원 증가했다. 이들의 평균 자산 총액은 32조3천억 원에서 32조8천억 원으로 5천억 원 늘어났다.
카카오는 보유한 상장사의 주식가치가 오르면서 자산 순위가 50위에서 39위로 상승했고 셀트리온도 49위에서 38위로 껑충 뛰어 오른 반면 한국GM은 국내외 경기악화에 따른 판매 감소 여파로 41위에서 54위로 13계단이나 떨어졌다.
32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자산 총액은 지난해 30개 지정집단(1천653조 원)보다 104조4천억 원 늘어난 1천757조4천억 원이었다.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지정 집단(76.0%)보다 4.8%포인트(p) 하락한 71.2%였다.
유상증자로 자본금이 늘어난 대우조선해양(-2,492.4%p)과 대한항공 부채가 줄어든 한진(-207.0%p) 등이 많이 감소한 반면 한진중공업(+53.8%p), 농협(+52.0%p)은 각각 손익악화에 따른 자본금 감소, 현물출자에 따른 부채 증가 영향으로 부채 비율이 상승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지정 집단보다 4.4%p 하락한 69.5%였다.
한편, 반도체 판매 호조, 경기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등으로 최근 호재와 악재가 겹치면서 대기업 간 자산·매출의 쏠림 현상도 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전체 자산에서 상위 5개 집단(삼성·현대차·SK·LG·롯데)이 차지하는 비중은 53.4%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53.0%보다 0.4%p 상승한 것이다.
상위 5개 집단의 매출액 비중도 지난해 56.2%에서 올해 56.7%로 0.5%p 높아져 격차가 더 커졌다. 반면 상위 5개 집단의 당기순이익 비중은 70.5%에서 67.2%로 줄어들었다.
자산대비 매출·순이익 성과 지표도 상위 집단일수록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위 28개 집단의 자산대비 평균 매출액은 0.626이었지만 상위 5개 집단은 0.734로 큰 차이를 보였다. 자산대비 평균 당기순이익도 하위 28개 집단은 0.042였지만 상위 5개 집단은 0.064에 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의 부채 비율 등 재무현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됐고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대폭 증가했다"며 "상·하위 집단 간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