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을 늘릴수록 은행의 기업대출이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영진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31일 BOK경제연구 '외환보유액 축적과 은행대출: 한국의 사례'라는 보고서에서 "불태화 외환보유액 확충이 은행의 기업대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1천16억 달러 증가한 2003년 9월∼2008년 8월 우리나라 은행 패널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밝혔다.
중앙은행은 외환을 매입해 외환보유액을 확충한다. 이때 외자 유입으로 국내 통화량이 증가하고 물가 상승이 일어나는 일을 상쇄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을 발행, 시중의 돈을 회수하는 '불태화' 과정을 거친다.
민간은 감소한 시중 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할 수 있지만 원하는 금액을, 원하는 금리에 빌려 올 수 없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힌다. 민간을 통한 추가적인 자본유입은 외환보유액 확충(자본유출)보다 적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결국 중앙은행의 차입에 따른 가용자금 감소분의 일부만 해외 차입으로 충당함에 따라 은행을 통해 기업에 배분되는 시중 자금은 줄어들게 된다.
분석 결과 외환보유액과 기업대출 증가율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중앙은행 불태화 과정에서 통안채를 많이 사들인 은행일수록 기업대출 여력은 줄어들었다.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25억달러(1표준편차)만큼 확충한 이후 통화안정증권 발행시장에 참가해 통안채를 사들이는 은행은 그렇지 않은 은행과 비교해 대출증가율이 0.4%포인트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지점은 국내 은행보다 대출증가율이 1.6%포인트 떨어졌다.
외은 지점일수록 통안채와 같은 무위험 채권 거래에 집중하는 성향이 있어 불태화 채권 인수에 더 적극적이고 대출해줄 자금이 더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통상 외자가 유입할 때는 경기가 좋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확충은 과도한 신용팽창을 막고 경기 완충 효과를 낼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기업대출을 줄이고 안전자산인 통안채를 늘릴 수 있어 건전성 측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윤 부연구위원은 "과도한 국제 자본유입은 자산가격 상승, 신용팽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불태화 외환보유액 확충은 은행의 기업대출을 둔화시켜 국제자본유입의 확장적 효과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