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수요가 줄어들면서 올해 실업률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국책연구원은 분석했다. 구조조정, 건설경기 하락, 노동비용 상승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 실업률이 올라갔다는 분석이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 등이 일자리 수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최근 실업률은 산업구조나 연령구조에 따른 일자리 미스매치가 이전보다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도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2일 '2014년 이후 실업률 상승에 대한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2014∼2017년 실업률(계절조정, 이하 동일)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산업간 미스매치인 반면 작년 4분기∼올해 3분기의 실업률 상승은 노동수요 부족이 가장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밝혔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실업률 상승분은 0.38%으로 이 수치는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최근 3년간 나타난 0.23%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요인별로 보면 수요부족이 실업률을 0.25%포인트 끌어올리며 기여율 67.4%를 기록했다.
연령 구조 등 기타 미스매치는 올해 실업률을 0.16%포인트(기여율 41.2%) 끌어올렸고 산업 미스매치는 실업률을 0.03%포인트(기여율 -8.6%) 낮추는 요소로 작용했다.
보고서는 노동 수요 부족에 관해 "제조업 및 서비스업에서의 구조조정 진행, 건설경기 급락, 전반적인 노동비용 상승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지운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최근에 나타난 노동시장의 변화가 이론적으는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다면 노동비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들 요소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현재까지의 연구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김 연구위원은 통계청 측이 취업자 증가 폭 감소의 원인으로 인구구조 변화를 거론하는 것에 관해 "취업자 증감에 미치는 인구구조의 영향이 올해는 아주 크지 않다"며 "이번 연구는 실업률에 관한 것으로 취업자 증감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으나, 우리가 분석한 결과로 보면 인구구조의 변화가 최근 취업자 증감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 미스매치 실업률이 하락한 것은 주택 건설 감소로 인해 건설업의 일자리 초과 공급 현상이 완화하고, 도매 및 소매업에서는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실업자들이 취업 가능성이 큰 다른 산업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수요부족 실업률은 경기 변동, 특히 민간소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2018년 3분기의 실업률 상승분 중 일부는 경기 변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통상 수요부족 실업률은 민간소비, 설비·건설투자, 수출이 증가하는 경우 하락하고 수입이 증가하는 경우 상승하는데 올해 3분기 실업률 상승분 중 일부는 총수요 항목의 이런 변화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이에 관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보고서는 실업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노동수요 진작,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며 새로운 노동수요를 만들 수 있도록 혁신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산업간 미스매치로 인한 실업을 줄이려면 "임금 및 근로조건의 경직성이 완화해 산업 간 실업자들의 이동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노동시장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기업 및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임금·근로조건 경직성 완화, 원·하청 사이의 불공정한 거래제도 개선, 기술 수준 변화에 부합하는 탄력적인 임금·근로조건 조정 등을 세부 과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