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직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세기 중반 '크림전쟁'을 계기로 탄생한 이 직업이, 21세기 들어 전쟁을 방불케하는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당시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인 이탈리아에서는 환자 치료에 혼신의 힘을 다하다 지쳐 잠든 간호사의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이 소셜네트워크미디어(SNS)를 통해 전 세계에 공유돼, 많은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이 사진은 생명에 대한 사랑과 헌신, 희생, 그리고 바이러스와 마지막까지 싸우는 이들의 상징이 됐다.
간호사들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최전선에서 헌신하며 '영웅'이 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부터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한 국민적 캠페인인 '덕분에 챌린지'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캠페인은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 사진이나 영상에 #덕분에캠페인', '#덕분에챌린지', '#의료진덕분에' 등 3개의 해시태그를 붙이고, 다음 참여자 3명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들의 사투는 지난 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 2월18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 나온 후 1주일여만에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졌고, 20여명의 의료진도 감염됐다.
대구의료원과 각 대학병원 확진 환자 병상, 선별진료실이 쉴 새 없이 돌아갔고, 의료진들은 인력 부족에 따른 피로 누적과 진료 도중 감염 등 이중고를 겪었다. 병원들은 의료진 중에 특히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호소했고, 여기에 병상과 의료진이 착용하는 레벨 D 보호구, 진단키트, 음압병실 등 장비도 부족했다.
간호사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휴식시간 없이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며 환자를 치료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몰리면서 간호사 1명이 혈압·산소포화도 점검, 투약, 입·퇴원 관리 등 20명 이상을 돌봐야 했다. 식사를 거르는 것은 기본이고 화장실도 마음 놓고 가기 어려웠다.
업무강도는 평소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 이들은 온종일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밀려 들어오는 환자들의 입원 여부를 확인하고, 환자의 상태 등을 확인해 하루 여러 차례 질병관리본부와 공유하기도 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 돌봄 뿐만 아니라 병실 청소와 환자 식사 전달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전신을 감싸는 레벨 D 방호복 착용 방법에 대한 사전 교육이 없어 간호사들끼리 유튜브로 익히는 경우도 있었다. 무게가 6kg에 이르는 두꺼운 방호복을 착용할 경우 금방 호흡이 가빠지지만, 감염 우려로 잠시 쉴 때도 장비를 벗을 수 없었다. 방호복을 입고 2시간을 일하면 2시간을 쉬어야 하지만 탈의 시간만 20~30분이 걸렸고, 식사를 해야 할 경우 도시락을 20분 안에 먹고 병동으로 들어가야 했다.
방호복과 함께 머리에 후드를 쓰고 환자를 치료하면 목과 어깨에 통증이 오고, 고글과 마스크에 얼굴 피부가 짓눌린다. 이 때문에 밀착 부위에 미리 의료밴드를 붙여야 했다. 회진에 나설 때는 방호복 안에 고글, 의료용 마스크, 위생장갑, 가운을 쓰거나 걸쳐, 10분도 지나지 않아 얼굴과 전신에 땀이 맺힌다.
숙소가 제공되지 않아 장례식장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고, 수일 또는 열흘 이상 집에 가지 못한 채 일하느라 어린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등 여러 면에서 한계에 이르는 경우도 속출했다. 한 의료원에서는 간호사 약 100명 중 16명이 사직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간호사에게 힘든 것은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전해 듣는 사망 소식이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간호사들은 유족들의 면회 요청을 거절해야만 했고, 임종조차 하지 못하는 유족들을 보며 가슴을 칠 수 밖에 없었다.
간호사들은 코로나19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회복돼 일반 병실로 갈 때, 비어 가는 병상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 4월 이후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고 퇴원하는 환자가 늘면서, 간호사들은 비로소 조금이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지난 5월12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국제 간호사의 날'이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환자를 돌봤던 간호사들은 신종감염병 발병 등 재난 상황에서 인력을 확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들은 재난 상황에서 간호사가 얼마만큼 필요한지 기준이 마련되고,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간호사 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에 투입됐던 간호사들은 과도한 업무량과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라는 현실 가운데 간호사들은 여전히 힘겨운 하루를 견디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데다 부산항 입항 러시아 선박 선원들도 무더기로 확진되는 등 해외유입 증가에 따른 감염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어, 간호사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경기도 성남 한 병원의 간호사 2명과 간호조무사 2명 등 4명이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해 혈장을 공여했다는 소식이 잔잔한 감동이 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무증상 입원환자로부터 감염됐다가 완치된 간호인력이다.
이들과 함께 의사 2명, 간호사 4명, 간호조무사 2명 등 의료진 8명도 혈장 공여를 희망했지만, 채혈 분석 등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들은 의료인으로서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사명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