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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코로나19 2차 대유행 ③ 신약개발연구원 (feat.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

지난주 인도에서는 내년 초 겨울 전까지 이렇다 할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지 않는다면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현재의 10배인 29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인도의 코로나19 발생현황을 보면,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7일 2만2252명에서 12일 2만8637명으로 다시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 국산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해 추경(추가경정예산) 1115억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치료제·백신 개발을 위해 항체 및 혈장 치료제, 백신 3대 플랫폼 기술 등을 개발하는 기업의 1~3상 임상시험에 치료제 450억원, 백신 49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치료제와 백신 후보물질을 발굴하는데 50억원, 후보물질의 효능과 독성평가를 하는 임상 단계에는 175억원을 투입한다.

신약개발연구원 제넥신
▲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10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관련 현장방문 일환으로 경기도 성남시 판교 소재 '제넥신'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현재까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통한 코로나19 사태 종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치료제로 가장 먼저 꼽히는 렘데시비르와 관련, 코로나19 환자 사망률을 통상적 치료법과 비교해 60% 이상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새로운 데이터는 아니다. 국내에서는 42명의 투여자 중 호전된 사례는 9명에 그쳤고, 호전이 약제 효과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렘데시비르의 효능 여부를 떠나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신약개발 성공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또 이러한 가운데 신약개발연구원 직업 또한 각광받고 있다.

◆ 신약개발연구원이라는 직업은

감염병 역학조사관이 국내 코로나19 발생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공항검역관은 최전방을 지키며 해외 유입 사례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신약개발연구원은 코로나19 종식이라는 희망을 짊어지고 있다.

신약개발연구원은 새로운 의약품 개발을 위해 생명체에 특별한 작용을 하는 화합물을 발견하고, 원리에 기초해 후보 화합물을 설계하며, 실제로 합성해 화합물의 생체 기능이나 활동을 확인하는 일을 한다.

또한 세균이나 기타 미생물을 파괴하거나 억제하는 항생물질, 생체의 기능을 증진시키거나 억제시키는 생리활성물질, 면역계의 작용을 억제시키는 생화학제제, 병원미생물이나 새로운 생물에 선택적으로 직접 작용해 효과를 나타내는 화학요법제 등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의약품을 연구하거나 개발한다.

신약개발연구원이 되려면 생물학 및 자연과학 전반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또 과학적 연구 방법을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해 논리력, 관찰력 등이 필요하다. 실험과 분석을 위한 인내심과 세밀함, 생명체와 생명현상에 관심과 열정이 요구된다.

관련 전공으로는 생물학, 생명과학, 화학, 약학, 유전공학, 유기 화학 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관련 학과의 석사 이상의 학력이 요구된다. 신약개발연구원이 되면 공채나 특채를 통해 제약회사, 생명과학연구소, 신약개발기업 등에 취업할 수 있다.

신약개발연구원 한국파스퇴르연구소
▲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원이 코로나19 대응 관련 화합물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 업데이트

우선, 국내에서 가장 먼저 임상 2상 승인을 받은 곳은 부광약품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14일 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 Clevudine)를 투여하는 임상 2상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구로병원 등 8개 병원에서 내달 말까지 임상을 진행 중이며, 결과는 늦어도 9월 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레보비르는 B형간염 치료제로 국산 11호 신약이며, 시험관내 시험(in vitro)에서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 중인 애브비(Abbvie)의 에이즈(HIV) 항바이러스제 칼레트라(kaletra, 성분명 lopinavir+ritonavir)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부광약품에 이어 엔지켐생명과학은 5월12일 다른 질병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EC-18'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2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EC-18은 항암 화학 방사선요법이 유발하는 구강점막염(CRIOM), 항암 화학요법이 유발하는 호중구 감소증(CIN)과 급성방사선증후군(ARS) 치료제 등으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던 신약후보 물질이다. 선천성 면역기능을 조절해 사이토카인 폭풍을 예방함으로써 코로나19의 사망률을 낮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충북대병원 등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EC-18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 있다.

신풍제약도 5월13일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2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피라맥스는 2011년 식약처에서 신약으로 허가받은 국내 자체 개발 말라리아 치료제로, 세포 실험에서 피라맥스의 주성분인 피로나리딘 인산염과 알테슈네이트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경북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등 의료기관 4곳에서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평가한다.

신약개발연구원 셀트리온
▲ 셀트리온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을 위한 항체 결합력 시험에 몰두하는 모습.

종근당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함께 혈액항응고제 및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에 나섰으며, 6월17일 식약처로부터 2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나파벨탄의 성분인 나파모스타트는 세포배양 실험에서 렘데시비르보다 높은 수준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냈다. 임상은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에서 진행된다. 종근당은 임상시험을 통해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확인되면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1일 세린계 단백질 가수분해효소억제제인 '카모스타트'(Camostat) 2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카모스타트는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확산하는데 필요한 프로테아제라는 효소의 작용을 방해한다. 이 효소를 억제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다. 이번 임상 2상에서는 코로나19 경증 및 중등증 환자 1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카모스타트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한다. A그룹(50명)에는 카모스타트를 7일간 투여하고, B그룹(50명)에는 위약을 7일간 투여해 비교한다. 임상 책임자는 김양수 서울아산병원 교수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일에는 대웅제약이 현재 시판 중인 의약품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메실산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호이스타정은 만성 췌장염, 수술 후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쓰는 전문의약품이다. 안전성을 인정받아 임상 1상 시험 없이 2상 시험에 진입하게 됐다. 임상시험에서는 경증 또는 중등증의 코로나19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최대 14일간 약물을 투여해 효과를 파악할 예정이다. 회사는 임상 2상 시험을 마친 후, 올해 안에 임상 3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그간 많은 기대를 받아온 셀트리온은 오는 16일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인체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치료제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에서 확인된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G614)를 무력화하고, 특히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변종 바이러스에서 10배 넘는 효과를 보였다. 회사는 임상시험을 마친 후 내년 상반기 500만명분의 치료제를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치된 환자의 혈장을 사용하는 치료제 개발 및 무상 공급으로 기대를 모아온 GC녹십자의 경우, 안전성을 검증하는 1상 면제가 협의돼 이르면 내달 전 혈장 치료제 2상 시험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완치자들의 혈장 공여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며, 연내 상용화가 목표다.

신약개발연구원 GC녹십자
▲ GC녹십자의 연구원이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