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제학자인 앤 크루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12일 "물가상승 압력이 얼마나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될 것인지가 올해 세계 경제 회복의 관건"이라며 각국의 시의적절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크루거 교수는 이날 세계경제연구원이 '2022년 글로벌 경제 및 무역 전망, 한국에의 시사점'이란 주제로 개최한 웨비나(웹+세미나)에서 "세계 경제는 과거 금융위기보다 더 큰 불확실성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크루거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서 부총재를 역임했으며, 국제통상 및 거시경제 전문가다.
그는 올해에도 코로나19 확산 양상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겠으나 인플레이션, 미·중 관계, 신흥국 금융 불안,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가파른 물가상승이 일시적이지 않고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크루거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소비가 서비스에서 상품으로 대거 이동했지만, 방역 조치 등으로 공급망이 병목현상을 겪으며 폭발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대유행에 대한 소비자와 투자자의 경험이 전무한 만큼 각국 정책 당국의 시의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며 "미국 연준은 그간 공표해온 것보다 더 큰 규모로 통화 긴축을 단행하겠지만, 물가상승률을 2% 목표 수준으로 낮출 만큼 긴축 규모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상을 통해 무역 긴장을 해소하고 윈-윈(Win-win) 관계로 나아가 올해 세계 교역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크루거 교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같은 상호적 무역협정을 통해 다자주의 무역시스템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올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긴축 전환으로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경제구조가 취약한 일부 신흥국들의 채무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국가 간 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봤다.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접경지역 내 충돌,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 이란의 핵 위협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방침에 따라서도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크루거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든 만큼, 한국 등 각국이 이런 불확실성에 대비해 시의적절한 안정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올해는 글로벌 경제 회복 달성의 원년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