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과 경기 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서울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와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나온 주택 공급 대책에 재초환과 안전진단, 1기 신도시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완화 방안이 빠지면서 당분간 하락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추진 단지인 강남구 압구정동의 아파트 매물은 지난 16일 대비 이틀 만에 6.2% 증가했다.
또 다른 재건축 추진 주요 단지인 노원구 상계동과 양천구 목동은 매물이 각각 2.4%, 1.8% 늘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그야말로 알맹이가 모두 빠진 맹탕"이라며 "재초환은 미실현 수익에 대한 과세로 조합원들은 불만이 많은데 폐지가 아니라 완화하겠다고 나와서 실망하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또 "안전진단 완화는 이미 공약에 있었던 내용인데다 2차 적정성 검토를 신청한 단지에 대한 소급적용 여부를 비롯해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뿐 아니라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면서 아파트값이 급등한 1기 신도시도 상황이 비슷하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1기 신도시는 대선 전까지 2개월여(1.1∼3.9) 동안 0.07%의 미미한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대선 이후 약 1개월 반(3.10~4.22) 동안 0.26% 올라 오름폭이 3배 이상으로 커졌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으로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값은 2주 연속 떨어졌고, 고양시 아파트값도 하락 폭이 커지는 등 신도시 재건축 약발이 시들해졌다.
분당구 정자동 상록마을 우성아파트 전용 69.12㎡는 지난달 1일 13억5천만원(5층)에 중개 매매돼 지난해 10월 2일의 매매가 15억4천500만원(6층) 대비 2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또 이틀 새 경기도 군포시와 고양시 일산동구는 아파트 매물이 각각 4.4%, 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양시 일산서구, 성남시 분당구, 안양시 동안구의 매물은 각각 3.9%, 3.4%, 3.3% 늘었다.
지난 5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마스터플랜을 통해 1기 신도시 종합 발전 계획을 구상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 '8·16 공급대책'에서 계획 수립 시점이 2024년 중으로 제시되자 애초보다 1년 이상 시기가 늦어졌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실망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재개발을 위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과 대형 개발사업의 마스터플랜 등을 수립할 때 통상 소요되는 기간이 2∼5년임을 고려할 때 정부의 마스터플랜 수립 일정은 공약·국정 과제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