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와 바클리즈(Barclays PLC) 전 CEO가 운영하는 미국 사모펀드가 크레디트스위스에서 분사하는 신규 투자은행에 10억 달러(약 1조 2935억원) 이상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신규 투자은행인 CS 퍼스트 보스턴과 마이클 클라인 신임 CEO를 지원하기 위해 약 5억 달러(약 6천500억원)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가 보도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전에 익명의 추가 투자자로부터 5억 달러를 약정받았다고 밝혔는데, 그 익명의 투자자가 빈 살만 왕세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악셀 레만 크레디트스위스 회장은 지난 FT 글로벌 뱅킹 서밋에서 익명의 투자자로부터 5억 달러 외에 다른 확고한 약속이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 중 일부는 크레디트스위스가 사우디 기업으로부터 공식적인 투자 제안은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CS 퍼스트 보스턴은 베테랑 은행가인 밥 다이아몬드가 이끄는 아틀라스 머천트 캐피털을 포함한 미국 투자자들을 통해서도 추가 재정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스캔들, 규제 조사 및 급격한 손실로 타격을 입은 후 새로운 시작의 일환으로 뉴욕에 본사를 둔 투자은행 CS 퍼스트 보스턴을 분리했다.
CS 퍼스트 보스턴은 인수합병(M&A)과 투자자문 사업 부문을 담당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1990년 인수한 미국 IB 퍼스트 보스턴 브랜드를 CS 퍼스트 보스턴으로 되살렸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사우디 내셔널 은행을 최대 주주로 만들 42억 달러의 신주를 조달하고 있다.
사우디국립은행은 이번 주 42억 달러 규모의 주식 매각을 통해 크레디트스위스의 지분 9.9%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된다. 암마르 알 쿠다이 회장은 이번 투자가 거래를 촉진하고 국가에 더 많은 은행 경영 노하우를 가져다 줄 것이며 또한 CS 퍼스트 보스턴에 대한 투자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는 최근 며칠간 신규 주식 매각과 고객이 883억 달러의 투자 및 예금을 인출했다는 은행의 경고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일 인출이 거의 멈췄다는 크레디트스위스 레만 회장의 언급에 주가가 9% 반등했다.
모하메드 왕세자가 사우디국립은행을 통해 투자를 할지 다른 투자 수단을 통해 투자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인 퍼블릭 인베스트먼트 펀드의 회장이며 사우디국립은행의 주요 소유주이다.
WSJ에 따르면 CS 퍼스트 보스턴과 CEO 지명자 마이클 클라인은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딜 담당자 중 한 명으로 2018년부터 크레디트스위스 이사로 재직했으며 클라인의 참여가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투자의 문을 연 계기가 됐다. 클라인은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의 기업공개(IPO) 당시 자문 역할을 하며 사우디측의 신뢰할만한 조언자가 됐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전기차 제조업체인 루시드 모터스, 트위터, 우버 테크놀로지스, 씨티그룹, 프리미어 리그 축구 클럽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같은 다양한 사업에 대한 사우디의 투자를 장려하며 미국과 전 세계에 사우디 왕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크레디트스위스가 CS 퍼스트 보스턴을 분리하면 크레디트스위스의 광범위한 손실과 까다로운 법적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며 분리가 길고 복잡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일 FT 글로벌 뱅킹 서밋에서 레만 회장은 CS 퍼스트 보스톤을 독립적으로 만드는데 약 2년이 걸릴 수 있다며 대차대조표, 구조 및 지배 구조 등이 연방준비제도와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 크레디트스위스는 빈 살만 왕세자 외에도 투자회사 아틀라스 머천트 캐피털 역시 CS 퍼스트 보스턴에 관심 있는 투자자를 두고 있다. 아틀라스 머천트 캐피탈은 밥 다이아몬드 전 바클레이스 CEO가 2013년 공동 설립한 투자회사다.
아틀라스 머천트의 투자 가능성은 글로벌 캐피탈에서 처음 보고됐다.
밥 다이아몬드는 이전에 바클레이스에 있는 동안 크레디트스위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과 유사한 복잡한 분할인 리만 브라더스의 미국 사업부에서 클라인과 함께 일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