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국에 석유 판매 금지

러시아가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해 판매가격을 제한하는 국가들에 대한 석유 및 석유제품 판매를 금지했다.

27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내년 2월 1일부터 7월 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이같은 내용의 법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가격 상한선을 따르는 국가라 할지라도 푸틴 대통령의 특별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석유 판매를 허용하는 면제조항을 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위협하는 것이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는 미국과 동맹국의 계획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원유가격 상한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내려진 제재다.

현재 러시아의 원유는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인도, 중국, 튀르키예(옛 터키)와 같은 국가에 60달러 상한선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주로 판매되고 있다.

관계자는 이들 선적 중 일부는 상한선의 조건에 맞춰 서방 기업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다른 일부는 가격 상한선 제재를 받는 서방 국가 밖에서 자금 조달, 배송, 보험 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뤼셀에 있는 브뤼겔 싱크탱크의 시몬 탈리아피에트라 선임 연구원은 "이 법령은 모호하며 푸틴 대통령에게 상한선을 준수하는 일부 국가에 수출을 계속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이것은 러시아가 취약한 상황에 있고 석유 수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과감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신호이다"라고 덧붙였다.

WSJ는 러시아가 비서구 구매자에 대한 석유 수출을 억제하기로 결정하면 전 세계 공급이 줄어들고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가격 상한선을 도입한 서방 국가만 표적이 된다면 그들은 이미 대부분의 러시아산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에 그 영향은 훨씬 더 적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TASS/연합뉴스 제공]

푸틴 대통령의 명령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위협이 있지만 가격 상한제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조치는 유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글로벌 가격 지표인 브렌트유 선물은 27일 배럴당 84.33달러로 약 0.5% 상승했다.

가격 상한제 제재에는 미국과 함께 선진 7개국(G7), 유럽연합의 27개 회원국 및 호주가 동참했다. 서방 관료들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러시아가 석유를 판매할 수 있는 가격을 제한하면서 러시아 석유가 시장으로 계속 유입되도록 해 국제 가격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 관리들은 상한선에 대한 보복으로 몇 주 동안 석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27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유럽연합이 이미 러시아 석유 수입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헝가리와 몇몇 다른 내륙 EU 국가들은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된 러시아 석유를 계속 수입하기 위해 금지조치에 대한 면제를 추진했다. WSJ는 푸틴 대통령이 이제 이러한 흐름을 차단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G7과 호주는 이미 러시아 석유 수입을 금지하거나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석유 및 선박 추적 분석가들은 일련의 제재가 발효된 이후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EU의 수입 금지와 함께 가격 상한선은 12월 5일에 시작됐다.

상품 데이터 회사인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러시아는 12월 현재까지 해상을 통해 매일 약 2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이는 올해 11월까지 평균보다 22% 감소한 것이다.

케이플러 석유 분석가인 매트 스미스는 러시아 동부 항구의 선적 감소를 주로 반영하는 이러한 감소는 혹독한 겨울 날씨와 팬데믹 재개가 주춤하면서 중국의 수요가 약해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해상 러시아산 원유 구매자 수가 인도와 중국 등 6개국으로 떨어졌다"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데이터 제공업체인 아르거스 미디어에 따르면 지난주 말 러시아의 주요 우랄 원유는 발트해 연안 연해주 항구에서 배럴당 42.40달러에 거래됐다. 우랄의 시장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면 상한선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S&P 글로벌 상품 인사이트(Global Commodity Insights)의 지정학적 위험 분석가인 폴 셸던은 전쟁과 함께 진행되는 에너지 분쟁이 “유례없는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석유 시장의 변동성을 가져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