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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소비자 수요 감소, 반도체 업계 재고 급증

수요가 과도하게 증가해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에 직면했던 반도체 업계가 전자 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로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는 전자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금리 상승, 주식 시장 하락 및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약해져 반도체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반도체칩 재고 증가는 소비자가 1년 전보다 세탁기, 노트북 등 전자제품들을 더 빠르고 때로는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희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제조업체에게는 최근 몇 달간 잠식된 수익성 수준을 회복하기 위한 감원과 자본 지출 감소의 물결을 촉발했다고 보도했다.

메모리 제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CEO 산제이 메로트라는 반도체 재고 수준이 "목표 수준보다 훨씬 높다"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미국 회계연도 기준 2023년 1분기(9~11월) 매출액이 월가의 추정치에 미치지 못했고, 다음 분기 실적도 낮은 전망을 제시하며 내년에 직원의 약 10%를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스퀘하나 인터내셔널 그룹 LLP의 분석에 따르면 팬데믹 초기에 급증했던 반도체 주문과 배송간 리드 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의 소요시간)이 재고 증가로 최근 몇 달간 줄어들었다.

또한 UBS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며칠 단위로 측정되는 재고 수준은 지난 10년 동안 최고 수준이거나 칩 산업 및 공급망의 중간치보다 약 40일 높은 수준이다.

가장 큰 PC 제조업체 중 두 곳인 HP와 델테크놀로지는 팬데믹 초기에 판매가 중단됐던 자사 제품이 이제는 더 오래 방치되고 있다고 말한다.

HP의 엔리케 로레스 최고경영자는 소비자용 PC 재고가 앞으로 6개월 동안 계속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그는 12월 투자자 행사에서 "오늘 우리는 특히 많은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이러한 재고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측면에서 매우 공격적인 가격 책정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델은 PC 유통업체들이 점점 더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판촉 행사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의 팻 겔싱어 CEO는 지난 10월 회사의 낮은 수익 전망과 감원을 발표하면서 "좋은 소식이 임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개인용 컴퓨터에 들어가는 중앙 처리 장치를 만드는 경쟁업체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 또한 재고 수준 증가를 밝혔다.

AMD CEO 리사 수는 "수요보다 적은 수의 칩을 출하함으로써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AMD의 PC 제조 고객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사 대표는 "그들이 재고를 통해 판매하고 있지만 같은 수준으로 재고를 보충하지 않았다"며 "시장은 계속 불안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WSJ는 급격한 호황과 불황 주기로 유명한 반도체 산업이 언제 다음 호황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반도체 업계 경영진들은 내년에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독일 반도체 공장
[EPA/연합뉴스 제공]

미국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그래픽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는 초과 재고가 최근 발표된 차세대 초고속 비디오 게임 그래픽 반도체의 이점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고객은 최신 프로세서를 구매하기 전에 기존 재고를 소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회사는 말했다.

지난 11월 엔비디아의 콜렛 크레스 CFO는 재고 수준은 내년 1월에 끝나는 회사의 현 분기 말에 정상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내년 9월에 끝나는 현 회계연도 상반기까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CEO 메로트라는 애널리스트와의 통화에서 대부분의 고객사가 2023년 중반까지 재고를 건전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WSJ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은 2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PC 출하량뿐만이 아니라며 스마트폰 판매량 부진, 마이크론의 올해 단말기 출하량 하향 조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을 공급하는 퀄컴은 올해 매출 전망치를 거듭 하향 조정했다.

지난 11월 퀄컴은 지속적으로 부진한 휴대폰 시장과 증가된 반도체 재고를 예상한다고 발표했으며 최고재무책임자인 아카시 팔키왈라는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데 몇 분기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WSJ는 반도체의 단기적인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반도체에 대한 장기적인 수요 증가에 대비해 추가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반도체 업계 임원들은 반도체 판매가 2030년까지 약 두 배로 증가해 전 세계적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마이크론은 1,000억 달러가 소요될 수 있는 시설을 뉴욕 북부에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형 공장 신설의 소요 비용 일부는 '반도체 산업육성법'(CHIPS)에 의해 지원된다.

이어 WSJ는 일부 반도체 제조사들은 재고 축적을 기회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PC의 핵심인 CPU 제조업체는 새롭고 더 강력한 버전이 도입되기 전에 재고를 소진해야 하지만 일부 다른 업체는 몇 년 동안 변하지 않는 동일한 반도체를 만든다.

방위 산업용 반도체와 데이터 센터 및 일부 소비자 기기용 반도체를 만드는 래티스 세미컨덕터의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1일까지 한 해 동안 재고가 약 29% 증가했다.

그러나 짐 앤더슨 CEO는 이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제품은 15년 또는 때로는 20년 동안 지속된다"며 "따라서 우리 제품이 쓸모 없게 될 위험은 매우 낮고 재고가 적은 것보다 재고를 더 보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