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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뉴욕증시] 은행권 위기 속 변동성 주의보

이번 주(27~31일) 뉴욕증시는 은행권 위기 속 높은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최근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꼬리물기식으로 터지는 은행권 악재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실리콘밸리 은행(SVB)과 시그니처 은행 등 미국 은행의 연쇄 파산 후 위기는 유럽의 대형 은행, 미국의 지역, 중소형 은행권으로 전이된 모습이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위기의 크레디트 스위스(CS)를 인수하면서 CS 위기는 일단락됐지만, 이제는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도마에 올랐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도이체방크 재무제표의 미국 상업 부동산과 파생상품의 노출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증시
[연합뉴스 제공]

지난주 도이체방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했다. CDS 채권은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가 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위험이 커져 보험료 성격의 수수료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CDS 프리미엄 급등으로 전 거래일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장중 한 때 15% 급락했다.

또 UBS의 CS 인수 과정에서 문제가 된 이른바 '코코본드' 혹은 신종자본증권인 AT1 채권이 뇌관으로 떠올랐다.

UBS는 CS를 인수하면서 CS의 AT1 채권 전액을 상각 처리했다. 이에 따라 다른 은행들이 발생한 유사한 채권도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또 AT1 비중이 높은 은행들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도 증폭했다. 도이체방크의 AT1 채권 가격도 동반 급락했다.

한편 도이체방크 위기설에 정부와 중앙은행 고위 관료들은 앞다투어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도이체방크는 국제 금융 당국이 감시하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글로벌 은행(G-SIBs)' 30개 중 한 곳이다. 또 지난해 말 기존 총 자산이 1조3천370억 유로(한화 약 1천870조3천억 원)로 58개 국가에서 8만5천여 명의 직원을 둔 거대 은행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도이체방크는 수익성이 높은 은행이라 미래에 대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ECB는 필요시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JP모건 등 월가 투자은행들도 도이체방크의 유동성과 FICC(채권, 외환, 상품) 운용을 기반으로 한 도이체방크의 수익성을 거론하며 은행의 위기설은 시장의 오해라고 두둔했다.

그러나 글로벌 은행의 연쇄적인 파산 및 인수 등으로 공포에 질린 시장 분위기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현재 은행권의 상황이 마치 연이어 다음 목표물을 찾는 수건 돌리기, 혹은 두더지 잡기 놀이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비록 위기설에 근거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투매가 발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주 은행권 위기 속에서도 금리 인상을 강행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동결 또한 검토됐지만, 위원들의 종합적인 합의는 금리를 인상하는 데 쏠렸다고 언급했다.

연준 고위 인사들도 은행 시스템이 견조했기 때문에 이번 금리 인상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NPR 뉴스에 출연해 3월 금리 인상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으나, 은행 시스템이 견조하다는 명확한 신호를 봤다고 설명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금리 결정 전 은행 시스템이 안정됐으며, 분명한 금리 '인상 케이스'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연준의 이 같은 발언을 불신하는 분위기다.

파월 의장은 FOMC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중 금리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금리 인하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금리 선물 시장은 올해 여름부터 연준이 금리 인하에 돌입해 연말까지 금리를 1%포인트가량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당국자들과 시장 참가자들의 시각에 큰 괴리가 있는 셈이다.

전 거래일 미국 2년물 채권 금리는 3.7% 부근에서 등락하며 4%를 하회했다. 10년물 금리는 3.3% 수준을 나타냈다.

시장이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에 베팅하면서 채권 금리는 오히려 낮아졌다.

이같은 분위기 속 최근 뉴욕증시 거대 기술주인 '빅테크' 종목들은 되려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극심한 변동성 속 빅테크가 오히려 안전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이번 주 은행 혼란을 촉발한 전 SVB, 시그니처 은행 최고경영자(CEO)에 청문회 증언을 요청했다. 이 청문회에는 마이클 바 연준 금융감독 부의장이 증언에 나선다.

바 부의장은 하원의 금융서비스위원회에도 출석한다.

이외에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 리사 쿡 연준 이사, 수전 콜린스 연은 총재,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등 다수의 연준 관련 인사들이 연설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은행권 위기에 대한 이들의 진단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주에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수인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 미국의 작년 4분기 성장률 확정치 등의 경제 지표가 발표된다.

다만 시장의 포커스가 은행권 위기에 쏠리면서 경제 지표에 대한 중요도는 약간 희석된 상태다.

이번 주는 1분기를 마무리하는 한 주다. 월말이자 분기 말인 만큼 포지션 조정에 따른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66%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39%,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18%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