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대홍수 피해 추산치가 계속 커지고 있다.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리비아 내무부는 동북부 항구도시 데르나에서 시신 3200구를 수습했고 이 중 1100구는 신원이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대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4300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데르나를 관할하는 리비아 동부 행정부는 확인된 사망자만 5300명에 이르며, 실종자는 1만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데르나의 압둘메남 알가이티 시장은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사망자 수가 1만8000명에서 최대 2만명이 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리비아의 인구는 688만명 이상이며, 국토 대부분이 사하라 사막이라 해안가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다. 데르나의 인구는 12만5000명 정도인데, 시장의 추산대로라면 주민 6명 중 1명꼴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리비아 대홍수 리비아 대홍수](http://images.jkn.co.kr/data/images/full/968786/image.jpg?w=560)
◆ 리비아 대홍수 원인은 기후변화
지난 4일 이탈리아와 그리스 사이 이오니아해에서 열대성 폭풍 다니엘이 형성됐고, 다니엘은 남하해 리비아에 막대한 양의 폭우를 쏟아부었다.
지중해에서는 한해 두세차례씩 '메디케인'(medicane)으로 불리는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하지만, 다니엘과 같이 대규모 인명피해를 내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중해 동부와 대서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섭씨 2~3도 높아지면서 강수량이 더욱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열대성 저기압은 해수면 온도가 높을 수록 더 큰 위력을 갖게 된다. 바다는 산업화 이후 인간 활동으로 과잉 배출된 열의 90% 가량을 흡수해왔고, 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해수면 온도는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 무정부 상태로 피해 가중돼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 국민군(LNA)과 서부의 통합정부가 대립하는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노후된 기반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폭풍 다니엘로 인한 폭우에 데르나 외각의 댐 두 곳이 연달아 무너지면서 대홍수가 발생했고, 주민 수천명이 흙탕물에 휘말린 채 바다로 떠내려가는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데르나시 부시장인 아흐메드 마드루드는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댐들은 2002년 이후 보수가 되지 않았고 그렇게 크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설명에 따르면 70m 높이의 상류 댐이 먼저 붕괴된 이후 쏟아져나온 물에 두 번째 댐마저 무너지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
현지에서는 문제의 댐들을 보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작년에는 '큰 홍수가 발생할 경우 댐 두 곳 중 하나가 터지면서 데르나 주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한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
현재 리비아는 사태 수습은 커녕 정확한 피해 규모도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데르나는 잔해와 물속에 많은 수의 시신이 있어 전염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