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네덜란드는 오는 11∼15일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반도체 대화체'를 신설하는 등 반도체 분야 협력을 다각도로 강화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1961년 수교 후 첫 국빈 방문을 통해 네덜란드와 반도체, 방위 산업, 원전, 첨단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고 대통령실이 7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과 설계, 제조장비 등 주요 밸류체인마다 다양한 기업이 포진된 반도체 강국이다.
초미세 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인 ASML과 세계 최고의 원자층증착(ALD) 장비 업체인 ASM, 차량용 반도체 세계 선두주자인 NXP 등을 중심으로 촘촘한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뿐 아니라 다수의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도 동행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남동부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를 찾는다.
내년에 출시될 최신 노광장비 생산 현장을 시찰하고, ASML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인들과 함께 전문인력 양성,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윤 대통령이 2차례 접견한 바 있는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도 일정을 함께한다.
윤 대통령은 특히 반도체를 생산하는 ASML '클린룸'을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둘러본다.
ASML 방문과 별도로 진행되는 윤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간 회담 및 업무 오찬에서도 반도체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네덜란드 첨단 장비와 한국의 첨단 제조역량을 결합해 반도체 가치 사슬의 상호보완성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며 "정부, 기업,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 구축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한 '반도체 대화체' 신설, 양해각서(MOU) 체결, 공동사업 발굴 협의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대화체는 양국 경제부 간 협의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양국은 또 지난해 뤼터 총리의 공식 방한을 계기로 격상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윤 대통령 국빈 방문을 계기로 심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국방·방위산업 고위급 교류와 방산 기업간 협력 촉진 방안을 물색하고, 양국 외교·안보 분야 전략적 소통 채널도 강화한다.
세계 최고 노광기술을 보유한 네덜란드와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국내 방위산업 역량 강화에도 기여해 방산 수출 시장 확충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김 차장 설명이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에 맞서 경제안보 대화체를 신설하고,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 퀀텀, 인공지능(AI), 스마트농업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찾기로 했다.
아울러 미래 세대의 교류·협력 기반 확대를 위해 한·네덜란드 워킹홀리데이 참여 인원 확대 방안도 협의 중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빌럼 국왕 부부가 주관하는 공식 환영식 및 왕궁 리셉션, 친교 오찬 및 국빈 만찬뿐 아니라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단독 면담 및 정부 오찬 등을 소화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뤼터 총리와 함께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을 방문하려던 일정을 보류하고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헤이그 리더잘을 찾기로 했다.
헤이그는 1907년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곳으로, 고종은 당시 이준·이상설·이위종 특사를 만국 평화회의에 파견해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했다.
윤 대통령은 이밖에 양국 기업인 200여명이 참석하는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의 유럽 제2교역국으로서,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후 유럽시장 관문이 되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