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SK텔레콤, 삼성전자 등이 월별 1회 주 4일제를 도입한 데 이어 이번엔 포스코가 격주로 주 4일제를 도입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성 악화· 임금 상승 부담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03년부터 추진되었던 주 5일제 시행과정과 결과를 조사하여 현 상황과 비교해 보았다.
▲ 생산성 악화 우려, 주 5일제 도입 당시에도 있었는데
지난 2007년부터 모든 기업에서 시행 중인 주 40시간 근무 제도인 주 5일제는 도입 당시에 많은 비판 여론이 있었으며 특히 제조업체의 반발이 컸다.
당시 주된 우려로는 생산성 저하 우려, 임금 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 증가 등이 있었다.
고부가가치 산업 대신 박리다매 제조업이 중심이었던 상황에서 근로시간의 단축이 곧 생산성의 하락과 손실 증대로 이어지는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은 삶의 질을 향상하기 원하고, 크기가 작은 기업일수록 부담을 표명하는 상황은 현재 주 4일제 도입에 대한 반응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공공기관에 가까운 인식이 있었던 병원 같은 기관에서도 “사회전반적인 경제 불황과 주 40시간제 적용에 따른 수입 감소 및 지출증대가 예상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 주 5일제 정착됐는데
그러나 실제 주 5일제 시행 이후 부작용으로 꼽혔던 근로 시간 단축이 기업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019년 발표한 ‘장시간 근로의 경제적 원인에 관한 연구’ 분석자료에 따르면 주 5일제 시행 이후 기업의 생산성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했다.
특히 이러한 생산성 향상 지표는 서비스업의 성장을 제외하고 제조업만으로 수치를 한정했을 때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해당 자료의 저자인 KDI 박우람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을 기존 노동 체제의 과다한 업무 시간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주 5일제로 인한 근로자의 주관적인 건강 상태 향상과 증대된 여가로 인한 운동·자기계발을 할 확률 증가를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지난 2019년까지의 우리나라 연평균 근로시간은 여전히 OECD 평균인 1666시간에 비해 367시간 높은 2033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노동시간의 감소가 곧장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시간 당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전체 생산성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한편 LG경영연구원도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뉴 트렌드’라는 보도자료에서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일본의 주 5일제 실시 전후 경제 성장률 변화를 측정한 바 있다.
해당 자료에서 주 40시간제 도입 이후 전년 대비 성장률이 스페인·이탈리아는 상승, 포르투갈·일본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네 국가 모두 서비스업의 성장이 나타났는데 2%p의 서비스업 성장률을 보인 포르투갈은 0.5%p 미만의 경제성장률 저하로 그쳤으나, 서비스업이 1%p만 성장했던 일본은 전체 성장률이 1%p가량 하락했다.
다만 주 5일제 시행 이후 일자리의 추가 창출은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은 지난 2016년 ‘노동경제학(labour economics) 보고서’를 통해 노동시간 감소로 인해 평균 임금이 상승하자 신규 고용률은 2.3%의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 노동 시간 단축 시 우려 사항과 최소화 방안은?
주 4일제 시행에 우선 여러 우려되는 사항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우 노동 시간과 임금이 같이 떨어지는 일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동 시간과 임금이 같은 폭으로 감소한다면 결국 남는 시간에 또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투잡’의 현실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주 4일제 도입을 위해서는 과한 노동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 시간과 생산성이 비례하지 않으며, 오히려 과도한 노동이 업무효율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에 노동 시간이 줄어든 만큼의 효율을 높일 방법을 찾는 것이 주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취업 지원 플랫폼 ‘원티드랩’에서 진행한 주 4일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 4일제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연봉을 5% 이내라고 답한 응답자가 73.4%에 달했다.
또 10%까지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나머지 대부분인 20%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실상의 임금 삭감 없는 노동 시간 단축은 고스란히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 산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한국기업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더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없다면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중소기업이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