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여성 경력단절 '차일드 페널티', 출산율 하락 40% 차지

한국에서 경력단절로 대표되는 고용상 불이익, 즉 '차일드 페널티'가 출산율 하락 원인에 40%가량을 차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를 기르면서도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일·가정 양립 환경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덕상 연구위원·한정민 전문연구원은 16일 발간한 'KDI 포커스 :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에서 이같이 밝혔다.

여성이 출산을 하더라도 경제적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일수록,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소득, 출산율이 모두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그간 30대 여성의 평균 경력단절 확률은 꾸준히 감소해왔는데 이는 자녀가 없는 경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2014년 33%에서 지난해 9%로 줄어든 반면 자녀가 있는 여성은 경력단절 확률이 같은 기간 28%에서 24%로 4%p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30대 무자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한다면 2023년 현재 경력단절 확률을 최소 14%p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분석됐다.

이런 경력단절 우려는 출산율 감소로 이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경력단절에 따른 인적자본 훼손과 경력단절 없이 커리어를 지속함에 따라 기대되는 임금 상승을 감안하면, 14%p 이상의 경
력단절 확률 감소는 개인의 평생 소득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출산 이후 자녀의 양육에 수반되는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청년 무자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편익의 상승폭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자녀 유무에 따른 여성의 조건부 경력단절 확률을 연령대별로 보면 2014년 이후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30대에서 소폭 감소했다.

40대는 비교적 크게 증가함에 따라 30·40대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무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30대와 40대에서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연령과 무관하게 무자녀 여성의 조건부 경력단절 확률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이만 낳지 않는다면, 2023년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30·40대 여성이 경험하는 경력단절 확률은 10%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child penalty와 합계출산율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child penalty와 합계출산율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특히 한국은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의 부담이 비대칭적으로 쏠려있는 환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남성의 가사 참여도가 일본과 튀르키예 다음으로 낮다. 여성 대비 남성의 육아·가사노동시간 비율이 0.23%에 그친다.

연구는 경력단절이 실제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봤다.

경제학에선 성별 고용률 격차인 '차일드 페널티'(child penalty)란 개념이 있다. 출산에 따른 여성의 고용상 불이익을 의미한다.

남성은 자녀 유무와 관계없이 고용률이 변하지 않지만 여성의 경우 자녀 유무에 따라 경력단절 격차가 벌어지는 고용상 불이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차일드 페널티의 증가가 2013∼2019년 출산율 하락 원인에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형별로 30∼34세일 때 45.6%, 25∼34세 39.6%, 25∼39세 46.2% 등이다.

연구는 "아직 자녀가 없는 청년세대가 경험하는 성별 고용률 격차의 축소는 역설적으로 자녀 유무에 따른 경력단절 확률 격차의 확대로 이어져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 여성의 수를 증가시킨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연구는 경력단절 방지책이 출산율 제고에 핵심일 것으로 꼽았다.

채용
[연합뉴스 제공]

육아기 부모의 시간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재택·단축 근무 제도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정책의 확대, 남성의 영유아 교육·보육 비중 확대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미 시행되고 있는 육아휴직과 육아기 단축근무 제도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녀의 출산과 교육·보육은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십수 년에 걸쳐 공백없이 이뤄내야 할 과업인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 단기적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조덕상 연구위원은 "유연하고 다양한 근로제도, 단축근무·재택근무 등을 활용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