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2% 내년은 2.1%로 전망했다.
건설 투자 부진이 지속되겠지만,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고 소비와 설비 투자가 완만히 회복되면서 내년 한국 경제는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의 경제정책 변화, 지역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속도 등은 경제 성장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연구원은 25일 발간한 '2024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보다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8월 내놓은 전망치(2.1%)와 같은 수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하향 조정한 전망치(2.0%)보다는 다소 높은 수치다.
내년 반기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상반기 1.9%, 하반기 2.2%로, '상저하고' 형태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올해 경제 성장률은 2.2%로 전망해 내년 경제 성장률(2.1%)이 올해보다 소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국내 실물경기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의 견조한 성장세와 설비투자의 개선에도, 소비와 건설투자의 부진으로 회복세가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민간소비는 실질소득 증대, 금리 인하, 물가 안정 등의 소비 여건 개선에도, 오랜 기간 누적된 높은 물가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회복세는 미약한 모습이라고 연구원은 평가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경기 상승세 유지와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부진을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연구원은 말했다.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의 소폭 회복에도 불구하고, 건축 부문에서 누적된 선행지표 부진이 현실화되면서 전체적으로 감소세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연구원은 수출(통관 기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의 높은 증가율로 인한 기저효과로 증가세가 조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세계 경제는 인플레 안정세와 통화정책 완화 등이 긍정적 요인이나 지역 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이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는 수출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소비·설비투자가 회복되면서 2.1%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보다 2.2% 증가한 7천2억달러로 사상 처음 7천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수출은 정부가 목표로 정한 7천억달러에 못 미치는 6천855억달러에 그칠 전망이지만, 수출 증가율은 8.4%로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원은 13대 주력산업에 대한 주요국의 수요는 내수 개선 및 인프라 구축 등의 영향으로 중국을 제외한 대다수 시장에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13대 주력 산업별로 보면 최고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소비심리 개선에 따른 IT 기기 수요 증가와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등에 힘입어 8.5%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 정보통신기기(8.4%), 철강(5.0%), 바이오헬스(4.9%), 조선(4.1%), 디스플레이(2.5%) 등의 수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정유(-7.5%), 이차전지(-6.7%), 자동차(-2.7%), 섬유(-1.9%) 등 수출은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봤다.
특히 연구원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적 관세(10∼20%)가 실제로 부과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8.4∼14.0%(약 55억∼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여파로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도 약 0.1∼0.2%p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수입은 올해(-0.7%) 감소에서 2.1%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국내 민간 소비는 금리 인하, 실질소득 증대, 물가 안정 등의 소비 여건 개선으로 올해(1.3%)보다 높은 1.9% 증가를 기록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설비 투자도 글로벌 IT 경기 호조 등 영향으로 올해(1.2%)보다 증가세가 확대된 2.9%로 추정했다.
다만, 건설 투자는 금리 하락 등 긍정적 요인에도 건설 경기 선행지표 부진 누적 등의 영향으로 올해(-1.8%)에 이어 내년도 -0.9%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은 전년에 이어 IT산업이 13대 산업 전체 수출의 증가를 주도할 전망이나 기저효과 영향으로 성장세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원은 내년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 인하 등 달러 약세 요인과 무역수지 흑자 지속 등 원화 강세 요인이 작용하면서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국내 공급능력은 첨단ㆍ유망 분야 중심으로 소폭 확대 예상, 중국의 추격과 과잉 생산은 내년에도 주력산업의 수출과 내수를 위협하는 요인일 전망, 미 대선 결과도 우리 수출과 생산에 긍정과 부정을 유발할 수 있는 주요 이슈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