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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할 때 밀가루 음식이 꽝인 이유

과자, 빵, 케익, 피자, 라면, 쫄면, 국수, 칼국수, 스파게티, 짜장면, 우동, 짬뽕, 튀김...

다 밀가루로 만들어진다. 이런 음식들은 다이어트에는 쥐약이다. 칼로리만 적당히 맞춰먹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칼로리는 음식에게 들이대는 수많은 잣대 중에 한가지일 뿐이다. 같은 칼로리라도 현미잡곡밥 한 공기와 국수 한 그릇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밀가루 음식이 왜 다이어트에 불리한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60, 70년대, 이 나라에서는 분식을 먹으라는 운동이 있었다. 당시 국민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도시락을 검사했었다. 도시락에 보리쌀이 섞여 있지 않으면 혼났다. 한때는 수요일 점심과 토요일 점심에는 식당에서 쌀밥을 팔지 못하게 한 적도 있었고, 관공서의 구내식당에서는 쌀밥으로 밥을 짓기 못하게 하기도 했었다. 이 운동 덕분에 라면 만드는 기업과 밀가루 만드는 기업이 엄청 성장했었다.

그냥 분식을 먹으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 먹나? 그래서 등장했던 것이 분식예찬론이었다. 요지가 뭐냐면 밀가루는 쌀보다 영양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말이 안되는 말이다.
분식장려운동은 국민의 영양을 목표로 일어났던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적인 목표로 일어났던 것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쌀을 자급할 만큼 쌀농사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쌀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혼분식을 강조했던 것이었다.

분식장려운동은 바로 절미(節米)운동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쌀이 부족한 반면 미국에서는 밀이 넘쳐나고 있었다. 미국은 남는 밀 처리하기 좋았고, 우리는 값 싼 음식 원료를 살 수 있으니 좋았다. 

자, 나라에서 하자는대로 아무 생각 없이 따라할 것이 아니다. 한 때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는  담배도 팔고 인삼도 같이 팔았다. 독초와 약초를 같이 말이다...

물론 국익을 위해서 이 한 몸 바치겠다고 말하면 할 말 없지만, 진정으로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한 몸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분식(粉食)이란 무엇인가? 가루로 만든 음식을 말한다. 다름 아닌 밀가루 음식이다. 이게 과연 문제가 없을까? 밀 그 자체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마는, 밀에다가 몹쓸 짓을 하는 것이 문제다.

예전에는 쌀집에서 밀가루를 종이 봉투에 담아서 팔았었다. 그런데 그 밀가루를 집에다 오래 놔두면 벌레가 생기고, 날파리가 생겼었다. 그런데 요즘 밀가루는 백날을 놔둬도 절대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아, 그래서 깨끗하고 좋은 것일까? 그게 그렇지를 않다. 벌레들이 살아남기에는 밀가루가 너무 독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어느 사찰의 스님은 재래식 화장실에다 밀가루를 뿌린다고 한다. 그러면 구더기가 꼬이지 않아서 화장실이 깨끗해진다는 것이다. 아, 벌레도 죽이고, 구더기도 죽이는 이 밀가루의 가공할 만한 위력! 밀가루가 어쩌다 살충 능력까지 갖추게 되었을까?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밀은 주로 미국에서 들어오는 것이고, 캐나다나 호주에서도 들어온다. 밀을 비행기에 실어나를 수는 없는 일이고, 천상 배타고 와야 하는 것인데, 수확하고, 선적해서, 태평양 건너 한국까지 당도하려면 몇 달은 걸린다. 갓 수확한 햇밀이 아니라면 수확한지 몇 년 된 밀도 들어오겠지. 이것이 배타고 한국까지 오는데 과연 벌레도 안생기고 깨끗한 상태로 올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이 바로 포스트 하비스트(post harvest)라는 것이다.
포스트 하비스트란 수확을 한 뒤에 또 농약을 치는 것을 말한다. 유통과정 중에 벌레 생기지 말라고, 썩지 말라고 농약을 치는 것이다. 이런 몹쓸 짓을 도대체 어떤 인간이 제일 처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사를 짓는 중에 농약을 치는 것은 그래도 비바람을 맞으며 씻겨갈 기회라도 있다. 그러나 다 따놓고 나서 농약을 치면 고스란히 소비자의 입안으로 들어올 위험이 훨씬 더 큰 것이다. 밀 뿐만 아니라 수입 감자, 옥수수, 오렌지, 레몬, 바나나 같은 것이 포스트 하비스트 처리를 하는 농산물로 유명한 것들이다.

1992년 10월 호주산 수입밀가루에서 살충 효과가 있는 농약성분인 "치오파네어트메틸"이 허용기준의 16배나 함유되어 10만 부대가 불법으로 유통되었고, 1993년 2월에는 미국산 수입밀 1만9백6톤(13억3천만원어치)에서는 그것이 허용기준치의 130배가 검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한 마디로 먹고 죽으라는 얘기지.

치오파네이트메틸은 곡물을 보관하거나 운송할 때 변질을 막기 위해 수확한 뒤에 뿌리는 농약으로 하루 4mg 이상을 섭취할 경우 인후통, 객담, 피부발진, 결막염, 신장장애 등을 유발하는 독성을 지니고 있고, 발암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밀을 배에 싣기 전에 농약물을 폭포처럼 붓는댄다. 수년 전에 그 광경을 찍은 비디오가 언론에 공개되어 큰 충격을 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건은 세월이 지나면 잊혀지는 법. 그러나 미국 어느 하늘 아래에선가 여전히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더 약오르는 것은 농산물을 수출하는 국가들이 자국 내에서 쓰는 농산물에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 남의 나라 사람들은 먹고 병이 나건 말건 상관이 없다는 말이지. 그리고 농약 잔류량 허용기준이라는 것이 정해질 때 보건적 차원에서 정해지는 것이라기 보다는 정치 경제적인 차원에서 정해진다는 것도 유념해야 할 일이다. 비록 허용 기준치 이하로 농약이 검출된다 하더라도 어쨌거나 수입밀에는 농약이 잔뜩 배어있다. 수입밀은 농약범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농약에 찌든 밀은 국내로 들어와서 새하얀 밀가루로 거듭난다. 그 과정에서 껍질과 씨눈은 다 날라가 버린다. 껍질에 있던 섬유질은 온데 간데 없고, 씨눈에 들어 있던 노화방지 물질과 비타민들도 다 날라가 버린다. 밀 속알갱이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이것들은 껍질과 씨눈이 함께 섭취될 때라야 몸을 제대로 이롭게 할 수 있는 것이건만, 진짜 좋은 것은 다 없어지고 그저 새하얀 알몸 덩어리가 불쌍하게 가루로 남은 것이다. 하얗고 깨끗하게 보이라고 표백제까지 쓴대지? 별 영양가치도 없는 것, 그것이 바로 곱게 간 하얀 밀가루이다. 밀은 통밀을 갈아서 먹어야 한다. 그런데 농약에 찌든 그 밀을 어떻게 그냥 갈아서 먹는단 말인가.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조상 대대로 쌀을 주식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의 몸은 쌀에 익숙한 몸으로 유전되어 오고 있다. 그런 몸에다가 밀을 계속 집어넣으면 문제가 생긴다. 더군다나 우리 땅에서 나오는 밀도 아니고 미국에서 난 밀이라니, 그것도 농약에 찌든 것, 그리고 영양가치를 너무나 많이 잃어버린 그 밀을. 그저 가끔 먹는 별미 정도라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 한강물에 오줌 한번 싼다고 해서 한강물이 오줌물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아침은 빵, 점심은 칼국수, 저녁은 스파게티, 이런 식으로 살아가면 몸에 반드시 이상 증세가 나타나게 되어 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그 땅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 땅에서 자라는 것을 먹으면서 몸이 적응되어 왔다. 수입 농산물은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을 혼란시키기에 충분하다.

헛간에 곡식을 쌓아둘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쥐다. 쥐들이 봉투를 뜯고, 가마니를 뜯어가면서 곡식을 낼름낼름 갉아먹기 때문. 그런데 수입 밀가루는 쥐도 안먹는댄다. 동물들은 먹으면 나쁜 것을 알아내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댄다. 밀가루에 있는 농약의 흔적을 쥐가 아는 것이겠지. 그런데 쥐도 안먹는 것을 사람은 참으로 잘도 먹는다. 아무리 먹지 말라고 얘기해줘도 남들도 다 먹고 다 멀쩡하게 사는데 뭘 그러냐고. 나는 밀가루 음식을 즐겨먹는 사람은 잘 붓고, 소화 기능도 점점 약해지고, 변비도 잘 생기는 것을 숱하게 보아왔다.

우리가 우리밀을 포기하고 수입밀을 먹은 원인 중에 가장 큰 원인은 수입밀이 싸기 때문이다. 인간의 만물의 영장이다. 그런데 몸보다 돈을 더 아껴서야 되겠는가. 돈은 다른데서 아끼고 좋은 것 가려먹는데는 아끼지 말자. 쥐보다 낫게 살아야지.

자, 밀가루 음식에 대해서 정리한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밀가루는 수입 밀가루이다. 밀가루 음식이 다이어트에 방해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체중이 나온다. 몸 안에 독이 쌓이고, 몸이 붓고, 변비 생기고, 기운을 떨어뜨리고, 그냥 푹 퍼져 있게 만드는 수입 밀가루야말로 다이어트계의 쥐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