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의 계열사인 동부CNI와 동부정밀화학의 흡수합병을 시작으로 업계에서는 동부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6일 동부정밀화학은 동부 CNI은 흡수합병을 결의했다. 이는 앞으로 동부그룹의 지주사체제에 대한 포석으로 보여 지는데 지주회사 전환은 오래전부터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동부그룹측은 이를 통하여 “그룹 내 지배구조 투명성을 증대하고, 경영책임 명확화 및 사업의 안정성 도모, 그룹 내 계열회사와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신사업 추진으로 성장성을 갖추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IT서비스를 담당했던 동부 CNI와 동부정밀화학간의 합병으로 제조업과 IT서비스업의 결합을 계기로 산업간 시너지 효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계열사 간 복잡한 출자구조를 정리하여 장남 김남호씨에게 경영권 승계에 힘을 더하기 위한 김준기 회장의 의지로 해석된다.
현재 동부그룹은 김 회장 일가가 계열사 지분을 두루 보유 중이며, 이중에서 동부정밀화학, 동부하이텍, 동부건설, 동부화재, 동부제철 등 계열사 간 순환줄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편, 남호 씨를 시작으로 동부CNI, 동부정밀화학, 동부제강, 동부건설로지배구조를 형성하는 김 회장의 가족회사 먹여살리기가 주목되고 있다.
남호 씨에게 지분을 증여한 동부CNI는 김 회장, 장남인 남호씨, 딸 주원씨, 김 회장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동부문화재단이 44.19%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그룹계열사 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가장 높은 회사이다.
◆동부그룹 경영권 승계 시간문제
김준기 동부그룹회장의 장남 남호씨의 이번 지주사 전환으로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다는 업계의 관측이 지배적이다.
동부화재는 동부그룹의 주요 금융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2002년 김 회장은 동부화재의 지분 3.31%를 동부 문화재단에 출연해 지분율이 12.1%로 낮아지면서 남호 씨가 지분율은 14.06%로 동부화재의 최대주주가 됐다.
금융계열사 외에도 동부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다량 확보하고 있다. 남호 씨는 지분율 16.68%로 동부CNI의 최대주주이다. 이는 지난해 김 회장 자신의 동부CNI지분 36.24% 중 11%를 남호 씨에게 증여해 지분율을 5.68%에서 16.68%로 높여 주었기 때문이다.
동부CNI는 동부정밀화학의 최대주주이며, 동시에 동부정밀화학은 동부제철의 최대주주다.
또한, 동부정밀화학은 반도체 및 바이오 전문업체인 동부하이텍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따라서 동부화재와 동부제철, 동부건설, 동부하이텍등 동부그룹의 핵심 계열사 전부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동부그룹이 지주사로 전환을 위해 동부정밀화학과 동부 CNI 합병을 결의로 지주회사 체제전환이 그 윤곽을 드러냈다.
외형적으로 동부정밀화학이 동부 CNI를 흡수 합병하는 형태이지만 사실상 신규 성장 동력으로 IT서비스 사업 선택으로 동부CNI가 핵심적인 역할을 주도하게 된 것도 남호 씨의 승계는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동부그룹관계자는 이번 합병과 지주회사체제와 관련 경영권 승계가 임박하지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현재 남호 씨는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상태로 경영권 승계시기에 대한 언급은 이르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미 남호 씨는 주요 계열사 지분을 장악하고 이번 지주회사 전환체제 작업으로 인한 지배구조 정리로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상황
동부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은 순환출자 구조 및 금융사와 비금융사간의 지분 정리 등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진다. 동부CNI와 동부정밀 합병법인의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등 주요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각각 13%와11%이다.
이후 대주주일가가 보유한 이들 회사에 대한 지분이 합병법인으로 현물출자가 이루어질 경우 지분율은 31%, 32%로 증가하여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조건인 20% 충족에 부합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일가는 산업 지주회사의 중심이 될 동부CNI와 동부정밀의 합병 법인에 대한 지분율은 44%인데 현물출자시 지분율은 62%로 증가하여 다른 지주회사 전환과정처럼 합병법인의 지주, 영업회사 문리 후 주식교환이 없더라도 지주회사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 한다”고 분석했다.
◆ 산업지주로 별도 설립 이유
이번 지배구조의 변화로 금융과 제조를 분리하고, 금융사는 별도의 지주회사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주주 일가는 동부화재를 통해 지분율 31%로 금융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동부화재는 동부생명 39.5%, 동부증권 9.9%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시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동부화재 등 금융계열사의 처리 문제이다. 별도의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시나리오 외에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금산분리완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안이 통과될 경우 동부CNI와 동부정밀 합병법인의 자회사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법안통과여부와 상관없이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와 동부CNI와 동부정밀 화학의 합병법인을 통한 산업지주가 별도로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대주주들은 현재동부화재 지분율이 26%에 달하고있어 지주, 영업으로의 분리 후 주식교환을 가정할 경우 금융지주에 대한 안정적인 지분율 확보가 가능하며 동부그룹애서 산업회사보다 금융
회사를 두기 보다는 별도의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편, 이번 동부그룹의 결정에서 이 연구원은 “향후 그룹의 중심이 될 금융 및 산업 지주회사,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매각할 회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