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근로소득과 소비지출이 같은 분기 기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에 취업자 수가 크게 줄며 고용시장은 얼어붙었다. 저소득층 근로소득은 크게 줄며 분배 지표는 오히려 악화됐다.
일하거나 사업을 해서 버는 돈이 줄었으나 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 등 효과로 공적이전소득이 늘면서 전체 소득은 소폭 증가했다.
▲3분기 근로·사업소득 역대 최대폭 감소…정부지원금으로 버텨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농림어가 제외)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530만5천원으로 1년 전보다 1.6% 늘었다. 2분기(4.8%)보다 증가율이 둔화했다.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소득에서 비중(65.5%)이 가장 큰 근로소득은 347만7천원으로 1.1% 감소했다.
2분기(-5.3%)보다는 감소폭이 줄었다. 3분기 기준으로 보면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근로소득이 두 분기 연속 감소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자영업 한파에 사업소득(99만1천원)도 1.0% 줄어 2분기(-4.6%)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정부지원금에 이전소득 17.1% 증가
이전소득은 71만7천원으로 17.1% 늘었다. 특히 정부 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이 50만3천원으로 29.5% 증가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증가율이다. 사적이전소득은 21만4천원으로 4.3% 감소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아동특별돌봄지원 등 9월까지 지급이 이뤄진 정부 지원금이 공적이전소득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재산소득은 4만원으로 18.5% 증가했다.
경조소득이나 실비보험금 등 비경상소득은 8만원으로 33.3%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시장소득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추경) 신속 집행 등 정부 정책 노력으로 시장소득 감소를 상당 부분 보완했다"고 분석했다.
▲재확산에 다시 꺾인 소비…'집콕' 소비는 증가
3분기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294만5천원으로 1년 전보다 1.4% 감소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다.
소비지출 증감률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1분기 -6.0%를 기록한 뒤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2분기 2.7%로 플러스(+) 전환했으나 3분기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다시 꺾였다.
단체여행비 등 오락·문화(-28.1%), 교통(-12.4%), 음식·숙박(-6.6%), 의류·신발(-13.6%) 등 대면 서비스 관련 소비가 감소했다.
교육도 13.6% 줄었는데, 학원·보습교육(-17.1%)이 특히 많이 줄었다.
반면 '집콕' 관련 품목의 소비는 증가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는 18.7% 늘었다. 채소와 육류 등 가격 인상과 소비 증가 영향이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19.8%), 마스크 구입 등 보건(12.8%), 주류·담배(10.7%), 주거·수도·광열(6.7%), 통신(1.2%) 등도 늘었다.
비소비지출은 104만4천원으로 4.6% 감소했다.
경조사비 등 가구간 이전지출(-28.7%), 헌금 등 비영리단체로 이전지출(-10.4%)은 줄었다. 이자비용(-1.4%)도 12분기 연속 증가세를 끊고 이번에 감소했다.
소득세·재산세 등 경상적 소득에 부과되는 경상조세(5.6%), 상속·증여세와 양도소득세·퇴직소득세·취등록세 등 비경상조세(47.1%), 사회보험료(9.4%)는 늘었다.
정 국장은 "경상조세 증가는 공시지가가 올라 토지 관련 재산세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이고 비경상조세 증가는 부동산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이 늘어난 것이 원인일 것"이라며 "이자비용 감소는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 하락 영향"이라고 말했다.
▲벌이도 씀씀이도 줄었다…소비성향 3분기 기준 역대 최저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분기 가구당 월평균 426만1천원으로 1년 전보다 3.2% 증가했다. 전체 소득은 소폭 늘고 비소비지출은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지출이 줄면서 평균소비성향(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69.1%로 3.2%포인트 하락했다. 100만원을 벌면 69만1천원을 쓴다는 의미로, 3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치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 흑자액은 131만6천원으로 15.3% 늘었다. 흑자율은 30.9%로 3.2%포인트 상승했다.
▲분배지표 악화
올해 3분기에 5분위(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3% 가까이 늘어난 데 비해 1분위(하위 20%)는 1%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하위 계층의 소득이 더 가파르게 줄었다. 이에 정부의 지원금에도 소득 계층 간 불균형은 더 심화됐다.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63만7천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2분위의 소득도 1.3% 줄었다.
반면 3분위는 0.1%, 4분위는 2.8% 증가했다. 최상층인 5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1천39만7천원으로 2.9% 증가했다.
하위 40% 가구의 소득이 줄어드는 동안 상위 60% 가구는 늘어난 것이다. 소득 상위 가구로 갈수록 증가폭은 비례해서 커졌다.
▲소득 1분위 가구 전년보다 3.6% 감소…5분위는 0.9% 줄어
소득 1분위 가구는 3분기 중 지출을 1년 전보다 3.6% 줄였다. 1분위 가구는 오락·문화(-20.9%), 교통(-17.1%), 의류·신발(-16.8%)의 지출을 크게 줄였다.
5분위 역시 지출을 줄였으나 감소폭은 0.9%에 머문다. 지출 감소폭이 큰 분야는 오락·문화(-37.1%), 의류·신발(-13.4%), 교육(-12.2%)이다.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 소득(소득-비소비지출)은 134만6천원으로 3.5% 늘었지만 매월 24만4천원의 적자(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를 냈다.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813만7천원이었다. 매월 347만2천원의 흑자를 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 악화
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악화됐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가구원 수별로 나눈 가처분소득을 1분위와 5분위 대비로 비교하는 지표다. 수치가 오르면 분배의 악화를, 수치가 내리면 분배의 개선을 의미한다.
3분기 중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88배였다.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1분위보다 4.88배 많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3분기의 4.66배보다 0.22배 포인트 오른 수치다.
정부 지원금 효과를 제거한 시장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이전소득) 5분위 배율은 8.24배로 1년 전의 7.20배보다 1배 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정부는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내수·고용충격에 대해 정부가 4차 추경 등으로 대응해 소득 감소를 보완하고 분배 악화도 완화했지만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시장소득 감소가 커 정부지원을 통한 소득·분배 여건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