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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SERI 손민중 연구원, "정부, 일자리 정책과 함께 철저한 스크린 필요"

지난달 일자리는 14.2만 개나 감소하며 2003년 9월(18.9만 개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세를 나타냈고 실업자도 92.4만 명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구직 단념자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어 더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일자리가 감소되면서 실업자 규모가 확대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전형적인 경기하강기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더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지는 전문가를 통해 일자리 문제에 대한 대안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대안을 들어봤다.
 
삼성경제연구소(SERI) 손민중<사진> 연구원은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주) 한국보험금융방송 경제학원론 Instructor,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과 R.A. 및 T.A 를 거치며 전문가로서 길을 걸었다.

다음은 손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Q: 올해 일자리가 30만개에서 50만개 정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 당초 정부가 예측했던 감소폭 20만개 보다는 많은 수치다. 어떻게 보고 있는가?

대부분의 기관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장에 의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나는 우리 연구소 전망치가 실현된다는 가정 하에서는 25만 개 내외의 일자리 감소를 전망하고 있는 데 향후 구조조정의 폭과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사업의 영향력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Q: 최근 고용사정을 자세히 보면 자영업 부문의 고용부진이 눈에 띈다. 자영업 부문 고용부진 상황과 대안에 대해서 말한다면.

현재 자영업 부문의 고용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달 고용동향을 보면 자영업 부문 취업자가 무려 25.6만 명이 감소했다. 이 수치는 전체 일자리 창출 감소폭이 14.2만 개인 점을 감안할 때 매우 큰 수치다. 비록 한국 자영업 부문의 취업자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감소폭이 매우 큰 편이다.

최근 자영업 부문은 내수부진으로 인하여 도소매 음식숙박업과 농림어업 등 생계형 자영업 부문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대형화되면서 노동집약적인 형태에서 변모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창업열기가 과거에 비해 식었고 외환위기 때처럼 중고령자들이 자영업 부문으로 흡수되는 모습도 미미한 편이다.

Q: 경기하강세가 지속되면서 최근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를 대표적인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논란이 많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의 경기상황에서 정부가 경제성장에 의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일자리 나누기”라는 대안을 제시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일자리 나누기 정책은 이 정책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요인이 있다. 기업은 구조조정을 할 경우보다 간접노동비용으로 인하여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핵심인력의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또 현장의 사기가 저하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 호황기에 대비한 인적자원의 누출을 방지하고 고용조정에 따른 노사갈등을 예방하며 기업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높은 핵심인력들도 근로시간의 단축이나 임금조정을 부담해야 하지만 전체 근로자의 동료애나 일체감을 제고시키고 구조조정을 당할 가능성이 있는 동료들의 가계소득 감소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노사의 고통분담을 요구하려면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인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정부가 다양한 인센티브와 환경을 조성하여 노사의 고통분담을 유도해야 경제위기를 큰 구조조정 없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일자리 나누기’ 제도를 실시한 다른 나라들의 당시 상황과 환경은 어땠는가. 또한 성공한 사례를 소개한다면? 

 ‘일자리 나누기’ 제도는 경기 혹은 구조적인 실업상황이 심각할 경우에 고려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 한국은 경기하강세로 인하여 일자리가 감소하고 실업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 제도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나누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우선 미국의 자동차 3개 회사의 양보 교섭을 들 수가 있는 데 이들 회사가 오일쇼크로 인하여 경제적인 어려움을 경험할 때, 이들 노조는 근로시간 단축만을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느끼고 있는 경영환경을 이해하면서 임금인하를 골자로 한 노사 간 타협에 성공했고 당시 미국은 이와 같은 임금 인하형 ‘일자리 나누기’로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사례는 독일의 폭스바겐이나 일본의 2000년 대 초반에 실시한 긴급대응형 일자리 나누기 제도다. 이들 사례도 성공한 유형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유형을 채택한 기업들은 제조업 중심의 시급제를 도입한 기업들이었다. 그래서, 근로시간 단축과 연동되는 임금감소를 통하여 ‘일자리 나누기’를 실천했다.

이러한 두 가지 사례는 고용유지를 목표로 임금인하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감소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의 전형적인 사례로 판단된다.

Q: 네덜란드의 모델인 이른바 바세나르 사회적 대타협약을 ‘일자리 나누기’의 새로운 대안으로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바세나르 협약을 체결할 당시 네덜란드의 경우는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과 많이 다르다. 네덜란드는 당시 유럽의 전형적인 고실업 국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만성적인 고실업을 타개하기 위해서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파트타임 일자리를 늘인 고용창출을 목표로 하는 ‘일자리 나누기’다. 그래서 여성 유휴인력을 파트타임 근로자로 끌어들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여성 고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재원을 확충하는 계기가 됐다.

Q: 지난 주 정부는 추가 경정 예산 가운데 4조 9천억 원을 투입해서 5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대책을 발표를 했는데, 어떻게 보는가?

이번 정부의 발표는 정부가 일자리의 유지와 창출을 위해서 쓸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고 쓸 여력과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를 경제주체에 보낸 의미 있는 사건으로 보고 이런 의지를 보여준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발표내용에 보면 고용유지 지원금 제도의 확충을 위해 재정투입을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현장에서는 이 제도가 종업원들의 일자리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청요건이 까다롭거나 재원이 부족하여 문제라고 문제제기를 하였는데 정부가 이번에 이러한 문제제기에 귀를 기울이고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고무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고용이 부진하겠지만 어느 정도 이 제도로 고용부진이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내심 기대도 하고 있다. 다만 제도를 운용할 때 스크린은 철저히 하여 경제주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줄어야 한다고 본다.

Q: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만들겠다고 하는 일자리의 상당 수가 질 낮은 일자리다라는 비판이 있다. 이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부가 재정투입으로 만드는 일자리가 모두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라면 아마 불경기는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웃음) 농담이다. 여하간 정부가 재정을 통해서 창출된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재정지원이 끊기면 상당수가 없어지는 일자리일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 때의 공공근로사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나 경제성장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정을 통한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일자리가 감소하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부작용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이 직장을 잃는다면 가계소득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내수경기도 나빠지게 되고 사회적으로도 계층 간 분리현상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하게 되어 여러 사회적인 병리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정부에서는 재정을 투입해서 단기적인 파트타임 일자리, 즉 임시 일용직이라도 만들어 보자 라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