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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경제 예측, 이제는 골의 깊이 보다는 길이에 더 관심이 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사진> 경제연구실장은 하반기에는 각국의 경기부양책들이 효과를 발휘하여 경기 하강을 진정시킬 것으로 예상하면서 우리의 경우 보호무역의 장벽의 추이를 보면서 적극적인 대책을 강조한다. 그는 또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당분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에는 밝다고 밝혔다.
오 실장은 최근 환율절하의 덕을 많이 보면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예를 들면서, 우리 기업들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재무적으로나 사업적으로 체질이 강해졌기에 이번 위기를 잘 넘기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향후 실업의 해결 방안, 새로운 성장 기회와 우리 경제의 어제와 내일에 대하여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연세대 수학과,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 University of Wisconsin-Madisin 경제학 박사이며 현재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은행 통화정책자문의원, KBS 경제분야 객원해설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회의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지금은 환율이 안정되고 증시도 회복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아직도 지난 3월 위기설로 우리나라 시장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로 빠른 속도로 전이되면서 우리 경제도 외환위기 때보다 더 빠르게 침체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한다든가 원화 환율이 크게 절하됐기 때문에 세계 경제 위기의 충격을 덜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나 올해 초 실물경제 지표들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오히려 더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과다한 단기외채라든가 금융기관들의 높은 예대율 등 금융부분의 건전성에 대해서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은 있으나 지금은 외환위기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본다.
Q: 봄소식과 함께 찾아온 우리 경제의 회복 조짐을 기대하면서 여러 번 지적되었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의 원인에 대하여 다시 한번 말한다면?
우선 미국의 서브프라임에서 시작된 부실 문제가 다양한 파생상품을 통해 선진권의 금융기관으로 전방위 확산된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금융시장이 붕괴되는 것은 일단 막았지만 최근에는 씨티, AIG와 같은 금융기관들의 부실문제가 재연되었고 GM, GE 같은 기업들도 파산위기에 처하면서 금융 구조조정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소비침체와 실업 증가, 부동산 가격 하락과 같은 실물 경제의 악화가 추가적인 금융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결 고리가 위기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Q: 똑똑하다는 경제학자들이나 애널리스트에 대한 경제 예측 능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특히 정부가 경제성장율을 마이너스로 바꾼 점과 올해 경제 성장을 예측한다면?
올해 성장률이 실제로 얼마나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기 침체 초기의 하강 속도를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우리 수출이 30%씩 감소할 것으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또 재고 조정이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어 성장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물론 정부도 이런 것들을 사전에 예상하기 못한 것은 과오라고 하겠지만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해 위기 극복에 나셔야 할 것이다.
Q: 한국 경제의 미래와 전망에 대하여 어떻게 보는가?
당분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에는 밝은 측면도 있다고 본다.
특히 최근 환율절하의 덕을 많이 보면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도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우리 기업들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재무적으로나 사업적으로 체질이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판매 감소로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다든가 앞으로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적극 발굴한다면 세계 경기 회복기에 우리 경제의 회복속도가 빠를 수 있다고 생각된다.
Q: 실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산업들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면?
위기가 닥쳤다고 해서 움츠러드는 것만 아니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오기 전에 우리 경제의 문제로 투자 부진이 지적되곤 했지만 지금은 이 과정에서 개선된 재무구조가 우리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또 한편으론 경기 침체로 인한 위험을 관리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할 때다.
과거 대공황이나 오일쇼크 시기를 보면 장기불황 가운데에도 끊임없는 제품 개발과 생산혁신이 이뤄졌고, 이러한 혁신을 주도한 기업과 국가가 경기 침체기 이후에 승자로 살아남은 것이다.
경기가 침체될 때보다 경기가 회복될 때 기업들의 순위가 더 크게 바뀌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번에도 분명히 세계 시장의 판도와 고객의 니즈 변화에 더 귀를 기울이는 미래 준비하는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날 것이다.
Q:가장 궁금한 것은 언제쯤이나 경제 회복이 될 것으로 보는가?
우리 경제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 1분기 성장률은 -5% 이상으로 떨어질 수 도 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경기 하강을 진정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데. 미국의 은행 국유화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이 경기 하강을 억제할 수는 있겠지만 본격적인 회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민간의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야 하는데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부채조정과 부동산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기술적 반등에 힘입어서 연말경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겠지만 이후의 회복 속도는 매우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
Q: 한국 경제 회복 방안에 대한 비결이 있다면?
우리는 물론이고 어느 나라도 비결은 없다. 다만 금융 부실 처리나 경기부양책을 누가 더 잘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기부양책을 들여다보면 경기부양과는 상관없이 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만큼 오바마 정부가 아젠다 설정을 잘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도 경기부양 효과와 더불어 길게 봐서 투자가 꼭 필요한 분야라면 지금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그리고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질 경우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기에 우리 힘으로 한계는 있지만 자유교역이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Q: 경제 둔화와 실업의 문제에 대한 극복책이 있겠는가?
실업문제는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경제 문제 중의 하나다. 경기부양을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실업문제를 막기 위한 것이다. 다만 경기부양은 장기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제조업만으로는 고용 창출이 충분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자본 및 기술집약적인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서비스 쪽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고 여기에는 기업규제완화, 인력 양성, 서비스 마인드 조성 등 중장기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Q: 정부의 경제 정책과 국민들의 위기 극복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시에는 정부가 평상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도 있지만 ‘국민들의 확신과 신뢰’가 경제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 현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서 출범한 만큼 이념보다는 실용주의에 입각해 정책 추진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또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퇴조 조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너무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경제 회복도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브라질 같은 나라는 금융위기를 자주 겪어서인지 웬만한 외부 충격에도 소비심리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 내수 안정에 도움을 주는 예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