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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의 각종 문제가 국내로 전이되면서 한국경제도 이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지난 IMF 외환 위기와 지금의 어려움이 다른 점이 있다면 외국의 주요기업, 금융기관들이 부도로 넘어졌지만 우리 경제는 그러지 않다는 것. 또 지금의 불황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외환불안, 경기침체 등을 이미 겪어 본 사례가 있어 잘 대처한다면 반드시 우리에게는 기회로 다가 올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연구원(KERI)의 김종석<사진> 원장의 말이다.
김 원장은 지난 10일 한국재경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회복이 2년이 될 지 아니면 몇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영원히 가지는 않는다”면서 “정부가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기업들에게 투자할 여건을 만들어 준다면 우리 경제는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홍익대 교수, 한국개발 연구위원, 재정경제원 경쟁행정규제개혁위원회 실무위원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경제학 박사이기도 한 그는 “올 여름의 고비만 잘 넘기면 우리 선도 기업들이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정책 실기의 우려를 버리고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어야 한다”다고 말했다.
또 “각종 규제와 반(反) 기업 정서를 풀어 모든 계층이 협력할 때 경제 위기는 반드시 극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종석 원장과의 일문 일답.
Q: 본 연구원을 운영하는 방침과 철학은 무엇인가?
연구소란 씽크탱크 전문가 집단이자 두뇌 집단으로서 최고의 기량을 갖춘 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본다. 프로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곳, 또 각 분야에서 스타가 많이 배출하도록 지원 육성하는 것이 우리 연구원의 방침이다.
Q: 연구원 설립 목적 가운데 국민 경제와 세계 경제의 성장 발전에 기여한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사안을 소개한다면?
본 연구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들이 주축이 돼 자유 시장 경제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취지로 만들어 졌다.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한 정부와 여론에 각종 정책과 자료를 제공하였고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오늘 날 한국 경제의 현황 및 진단은?
경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대부분 연구소가 예측하기를 상저하고(上低下高)할 것으로 본다. 이 말을 바꾸어 생각하면 금년 여름이 가장 어려운 고비라는 생각이다. 3 분기부터는 점차 회복되도록 경기 부양정책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낼 수 있도록 경기 부양책을 써야 할 것이다.
기업환경에 큰 저해가 되는 마찰적 노사관계를 정상화하고 고임금 왜곡, 노동시장의 양극화 등을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다. 또 금융경색을 완화시켜 기업들이 억울하게 부도가 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지금 내수 외에는 특별히 기댈 곳이 없어 보인다. 수출도 어렵고 기업들이 자력으로 풀기에는 어렵다. 정부가 나서서 매듭을 풀어야 한다. 정부 지출을 과감히 늘여 예산 증액으로 내수 회복을 가져오도록 조속한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재정 건전성이란 것도 바로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최후의 소비자 역할을 정부가 나서야 한다.
Q: 모든 나라가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데 그 효과가 언제쯤 나타날 것으로 보는가?
경제 성장률 마이너스는 불가피하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빠르게 회복하느냐가 중요하다. IMF도 전망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나아질 것으로 보여 상반기 중에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금융 불안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금융기관들이 정리를 마감하며, 달러 공급이 원활하게 되는 순간 금융 불안은 사라질 것이다.
Q: 우리 산업의 나아갈 길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10년 전 외환위기 때에는 주로 대기업이 부실해지고 그 파급효과가 금융기관의 위기로 밀려와 일부 동남아시아까지도 펴졌지만 특히 우리나라만의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우리 대기업은 건전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여 선진국에 비해 공적 자금을 받지 않았다.
이제 글로벌 경제 위기가 끝나는 때에는 세계 시장에는 엄청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즉, 주요 국가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많은 상처가 나있어 우리의 주력 업종인 전자,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에서는 경쟁 상대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호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도약할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전략 기술, 자금을 비축하여 때를 기다리면 좋을 듯하다.
Q: 우리나라의 경제 회복을 위한 정부나 기업, 개인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정부는 국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신뢰회복을 하는 것이다. 경기 침체를 최대한 막고 재정지출을 늘리고 각종 규제들을 풀어야 한다. 특히 국회가 정략적인 소모전에서 벗어나 행정부와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경제는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리 경제가 만일 선택을 잘못하게 되면 경착륙으로 갈 수 있는데 이것을 막기 위해서 모든 분야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기업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생존의 전략을 가지는 것이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사회적 책임이 서바이벌(생존)이기 때문이다. 수비경영과 창조적 사고를 펼쳐 회복의 도약을 기다리는 것이다.
근로자, 국민들도 역시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지금 일자리와 소득이 준 것은 무슨 까닭인가? 바로 기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은 기업 살리는 것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자신만이 마이너스 소득을 감당하지 않겠다는 것은 누군가 다른 사람들에게 할 책무를 넘기겠다는 것이 아닌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받아 들여야 한다. 고용의 문제에 있어도 결국 일자리가 있어야 일거리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우리 사회의 지나친 고학력 문제로 눈높이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 때 유능한 대졸 졸업생들이 창업하거나 유망 중소기업에 나갈 수 있는 풍토 조성도 필요하다. 대기업 초임이 부담스러워 못 뽑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고임금 구조가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Q: 한국경제연구원은 실용적 데이터 뱅크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통상 경제연구소의 예측 특히 정부의 예상 치와 실제 상황이 너무도 차이가 나고 있다. 경제 예측 무용론이 있는데 이에 대한 원인 및 대책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면목이 없다. 기상청보다 신뢰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경기 예측은 일기 예보와 달리 사람의 행동, 투자자 의도, 주변 환경 등 정부라 할지라도 태풍의 진로를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예측이 빗나간 것은 유수한 세계 연구 기관이나 은행들도 경기가 이렇게까지 나빠질 줄은 몰랐다. 예측을 뛰어 넘은 것이다.
이제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5%냐 6%냐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경제 정책을 실패하지 않고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의 악화를 최대한 저지시키도록 정책 대안을 내 놓는 것이 우리 연구원의 책무라 하겠다.
Q: 만약 여유 자금이 있다면 부동산, 주식, 예금 어느 쪽에 투자 하겠는가?
불확실한 자산관리는 피해야 할 것이다. 수익성보다 안정에 중점을 두는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금년 하반기의 안정 조짐은 미국 경제 특히, 부동산 경기의 안정을 확인해야 한다. 우리나라 환율의 흐름을 보면서 상황 반전에 따른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