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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세종투자자문 김철중 대표,"경기회복의 신호, 채권과 유동성에 주목하라"

많은 사람들이 최근 각국의 경쟁적인 경기 부양책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김철중<사진> 세종투자자문 대표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효과는 미지수다. 신용경색 현상으로 가계가 소비지출보다는 저축을 늘리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과거와 같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 않다"라며 이런 막연한 기대감에 일침을 가한다.

이어 김 대표는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자산을 덜어내고 모럴해저드를 극복하는 정부의  노력과 여론이 동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회복 기간에 대해서는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상당부문 일본의 경우를 따를 개연성이 있다. 정부나 국민들이 정면 승부 즉, 상당한 고통의 감내들 겪지 않고서는 치유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생각을 이야기하며 “경기회복 기간이 의외로 장기로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그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극복을 위한 올바른 해법에 대해 “수출 의존도를 축소하고 경제에서 비교역재 비중을 확대하도록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면서 “이것은 비용절감이나 경쟁력 강화를 포함하는 과거식 구조개혁과는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철중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 NH 투자증권 이사, 흥국투자신탁 자산 운용본부장을 거쳤고 현재는 세종투자자문 대표이사로 있다.

다음은 김대표와의 일문일답.

Q: 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상승하고 있으며, 미국의 몇몇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말 경제회복이 도래하고 있는 것인가?
 
글로벌 경기흐름을 주도하는 미국 경제가 최근 정부정책 효과 기대감, 부동산 시장 개선, 재고효과 등 일부 청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경제회복을 전망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이런 청신호들은 심한 변동성에 노출되어 있고, 필요한 부양책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으며, 금융·경제 역풍이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하락 저점이 향후 수개월 이후에 발생할 수 있다.

세계 경제는 지금 가장 위험한 단계에 있다. 각국 정부의 경제부양책으로 경제 침체 속도가 향후 몇 개월간 둔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에 안도하지 않는다.

이번 위기 내내 정책 입안자들은 위험을 평가 절하했으나, 디플레이션이란 위험은 도래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Q: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 정부는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경기회복에 어느 정도 경제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효과는 미지수다. 신용경색 현상으로 가계가 소비지출보다는 저축을 늘리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경기부양정책이 과거와 같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 않다. 이는 신용 시스템의 붕괴와 디레버리지 효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들이 승수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금 감면으로 생긴 여유 자금은 자동차나 TV를 구입하는데 사용되지 않을 것이고 신용시장 경색으로 낮은 금리도 신규대출을 유발시키지 못할 것이다.

결국, 감세나 정부지출로 인한 가계 가처분소득의 증가는 낮은 승수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스템이 정상화되어도 투자보다는 저축을 늘려 자산 손실을 만회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민간소비는 경제성장을 주도 하기보다는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증가할 것이다.

미국은 부실자산 처리 계획도 발표했다. 민간 투자자와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정부의 지원을 통해 1조 달러 규모의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잘만 되면 이번 계획이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자산을 덜어내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하지만 매도자인 은행이 요구하는 가격과 매수자측이 사고자 하는 가격 사이의 괴리가 매우 큰 것 같아, 제대로 되기 어려워 보인다. 운영과정에 극심한 모럴해저드를 초래할 위험이 긍정적인 기능보다 훨씬 커 보인다.

이것 말고도 계속 발표는 있을 것이다. 뭔가 하고 있다는 각인을 주고자 정부는 시도할 것이고, 여론도 동조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를 따를 개연성이 있다. 정면 승부 이외에는 상당한 고통의 감내들 겪지 않고서는 치유되기 어렵다고 사료된다.

이번 경기침체가 불황으로 빠질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은 내릴 수 없다. 하지만 더욱 확실해진 점은 그 어느 경기침체 기간보다 길고, 광범위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과거 어느 경기침체 기간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구조조정이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Q: 이번 경기침체가 이전 경기침체보다 심각하다면, 향후 글로벌 경제 사이클 전망은? 
 
현재 글로벌 경기 사이클은 점점 L자형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해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L자형 경기 사이클의 수직 부분 가운데 어딘가에 있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수평선 부분이다.

역사가 정확하게 반복되는 경우가 결코 없지만, 경제사로부터 금융위기가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흐름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보인다. 일본은 운이 좋았는데 이는 일본이 글로벌 경제 붐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의 L자형 경기침체는 대차대조표 조정 과정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다. 향후 몇 년간 정부부문을 제외한 개별 경제주체들은 레버리지를 축소하기 위해 소비지출을 억제할 것이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결국 글로벌 불균형 해소로 귀결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소비조정은 경상수지 적자 축소로 이어지고, 중동과 러시아와 같은 원유 수출국의 흑자 축소에 의해 일부 상쇄될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 조정의 몫은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 주요 수출국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Q: 미국 경제가 일본과 같은 10년간의 경제 불황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이제 미국은 제로금리 수준, 금융 시스템의 붕괴, 경기둔화의 심각성 등을 감안할 때 지난 일본 경제와 유사한 점이 많다. 오히려 더 위험한 요소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일본 가계들은 수조 달러의 저축을 갖고 있으나, 미국 가계부문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은 채권국으로 위기를 맞이했으나, 미국은 채무국이다.
 둘째, 글로벌 성장도 일본 경제하강을 완화시켰다. 반면 현재 미국경제가 둔화되는 가운데 그런 성장 원천이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과 달리 수출이 미국 경제를 구해주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 위기는 부실대출이라는 단순한 문제였다. 반면 미국의 위기는 부실자산이 증권화 되고, 다시 파생상품을 창출시켜 다단계 부실 자산을 창출시켰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과거 일본과 달리 지금의 미국은 문제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신속하게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크기를 고려할 때 이것이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Q: L자형 글로벌 경기 침체시, 한국 경제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한국 경제는 고유한 변수를 가지고 있다. 세계 경기 흐름에 민감한 수출 중심의 경제를 가지고 있고, 과도한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로 취약한 금융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기에 취약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바른 해법은 수출 의존도를 축소하고 경제에서 비교역재 비중을 확대하도록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이것은 비용절감이나 경쟁력 강화를 포함하는 과거식 구조개혁과는 같지 않다. 그것은 경제의 유연성과 활동성에 관한 것이다. 불운하게도 반대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한국은 아직도 수출 지향적 모델에 집착하고 있다.

최근 원화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통한 수출 확장적 경제 시스템은 단기적 해법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인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국내 수요 감소는 비원유 수입 감소를 반영한다. 이것은 원유를 비롯한 상품 가격 하락과 함께 경상수지 적자 압력을 완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향후 몇 개월 내에 긍정적인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가계 및 중소기업 자산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 명목GDP 대비 높은 신용증가 추세는 위험스럽다. 지난 2년간 평균신용증가율은 23.3%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높은 신용증가율은 글로벌 레버리지 축소 추세가 진행되기 전에 신용에 상당부분 중독되었다는 점을 반영한다.

IMF와 비교해보면 1997년 기준 가계대출은 184조, 개인저축은 61조원이었으나, 2006년에는 가계대출과 개인저축이 각각 581조, 47조원으로 가계대출은 2배 증가한 반면 저축은 14조원 감소했다.

지난해 9월 기준 대출대비 예금 비율이 139%로 가계뿐만 아니라, 이제는 금융 시스템까지 위협하는 위험요소로 변해 있다. 이러한 예금과 대출 간 차이는 단기외채로 보존되고 있어 본격적인 레버리지 축소가 진행되고 있어 가계 부실여신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대외채무 상환에 따른 자본 유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외채 가운데 52% 가량이 유럽은행의 소유로 동유럽의 신용교란으로 인하여 유럽은행 시스템의 레버리지 축소는 미국의 레버리지 축소보다 더 우려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가계부채의 축소 및 건전성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이 이를 극복할 유일한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Q: 경제 회복 신호로 주목하고 있는 주요 변수들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경제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의 동향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투기등급 회사채 수익률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무디스가 디폴트 가능성이 큰 283개 미국 기업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이 가운데 거대 비디오 렌털 체인점인 블록버스터와 카지노 그룹인 MGM미라지도 포함되었다.

지난 2008년 S&P가 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157개 기업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올해 35개사가 디폴트를 선언했으며, 이는 지난 12개월 동안 디폴트 발생비율이 3.8%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디폴트 발생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전체 하이일드 채권의 디폴트 비율이 14%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1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이 투자등급 채권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파산이 위험이 높은 채권 매입을 꺼리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회사채 시장이 개선되지 않고 주식시장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Q: 향후 지금과 같은 글로벌 신용위기를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지난 10년은 경제/금융 시스템의 자율 규제의 시대였다.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은 자산가격 폭등을 방임하면서 주택 및 자산 가격 버블을 부추겼고, 그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를 정확히 평가하지 못하는 잘못을 범했다. 잠재적인 금융 시스템 리스크 보다 새로운 금융상품의 규제 면제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 금융시스템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국제적 행동규약을 만들고 심지어 국제 금융 규제 당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보다 선행 돼야 할 점은 유동성 관리이다. 현재 각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의 양산으로 인하여 글로벌 잉여유동성이 높아질 위험에 처해 있다. 또 다른 유동성 버블을 가져올 수도 있다. 향후 먼 미래이지만, 우리가 스태그플레이션 내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시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번 위기를 교훈 삼아 또 다른 형태의 슈퍼버블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