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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KTB투자증권 김진호 전무 "IB투자 기관들의 반성과 기회"

글로벌 위기를 촉발했던 미국 주택시장 관련 지표들이 호전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 주식 시장과 환율이 안정되면서 한국 경제 바닥론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어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구조 조정은 물론이고 동시에 미래 사업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금융 산업의 새로운 판짜기가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공룡이 공룡을 먹게 되는 긴박한 시장 패러다임이 된 것이다. 위기에 비교적 강했던 우리 기업들이 작금의 어려움과 위기를 오히려 성장의 디딤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번에 만난 KTB투자증권의 김호진<사진> 전무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신증권, UBS증권 서울지점 기업금융 전무를 거친 전형적인 국제통이다.

다음은 김 전무와의 일문일답.  

Q: 영웅은 위기 속에서 탄생한다고 한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심각한 금융 위기가 온 것에 대한 원인과 글로벌 투자 은행들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글로벌 금융혁신을 주도했던 투자은행들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맹목적인 고수익 고위험  투자에 대한 반성과 함께 각국의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금융 산업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늘 날 금융위기의 원인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리스크 관리의 실패라고 본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한 자기자본 투자(PI) 및 고위험 파생 상품을 아무런 통제나 제한도 두지 않고 무분별하게 판매하였고 트레이딩 했기 때문이다. 고수익에 대한 탐욕과 방만한 리스크 관리가 오늘 날의 참담한 상황을 가져 온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 및 감독의 실패도 위기의 원인이다. 기존 빅3로 불려지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텐리, 메릴린치증권의 경우를 보더라도 리스크 높고 레버리지가 필요한 자기 자본 투자 및 트레이딩에 집중적이고 과다한 투자를 한 것이다.

우리 금융 기관들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면 그동안 우리 금융 산업은 금융 선진화와 해외진출에 대한 외형 경쟁이 있었다. 무분별한 미국 금융 베끼기에 대한 허점이 일시에 들어난 것이다.

‘오늘의 고통은 내일의 경쟁력이다’라는 전환적 사고가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Q: 투자은행들의 단기적 시각과 개인적 성과를 중시하는 미국식 투자은행 모델이 잘못되었다는 의미인가?

모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규제 공백에 따른 방만한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한 기관들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기업들은 많은 차입과 레버리지 등에 의존하는 잘못된 금융 관리를 하였고, 주택 시장에서 시작된 위기가 글로벌 자산 가치 급락에 이어 실물경기로 번진 것이다. 상업 은행과 분리하여 독자적 운영을 하고 있던 미국식 투자은행에 대한 전반적인 반성과 회의가 일어나고 있다.

경영 구루(GURU)들의 반성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미 워렌 버핏도 투자의 잘못을 시인하고 앨빈 그린스펀도도 헛발질을 고백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 않는가? 결국은 선진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입지가 약화되고 상업은행/UNIVERSIAL BANKING 주도의 금융시장 개편이 가시화 될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면 BOA는 메릴린치를 인수하고, 시티은행은 국유화로 논의가 되고 있으며 골드만삭스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기존 투자은행 업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고 보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한 보수적 투자 형태로 바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업투자은행(Commercial Investment Bank)의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것과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들이 상호 결합하여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시스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Q: 당장 불이 떨어진 투자은행들의 위기 대응 방식은 어떠한가?

위기 대응에 대하여 동일한 잣대를 댈 수는 없겠지만 공통적으로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대응했다고 본다.

첫째, 인력 조정을 확실히 하는 것인데요. 핵심 인력 위주로 재편을 하였고, 수익성이 낮거나 전체 사업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부문이나 지역에서는 우선적인 인원을 감축했다.

시티 그룹은 5만 명 인원 감축안을 발표했고,  홍콩 HSBC는 지난 해 100명 감축에 이어 올해에도 추가로 500명을 감축한다고 한다.

인력조정과 동시에 임금동결도 예상되는데 경영진들의 자발적인 임금 삭감, 직원들의 임금 인상 자제 및 동결, 더 이상의 성과급 잔치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규 인력의 경우도 불요불급한 인원을 제외하고는 숫자를 최소화하거나 보류할 것이다.

두 번째로 사업구조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다. 리스크가 높은 사업은 축소하고 부동산 관련 (부동산 PF, 신디케이트론) 사업의 중단 및 회수를 예상하며 자기자본(PI)의 보수적 운용  및 신규 사업이 선별 투자가 이루어 질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리스크 강화가 될 것인데 과거 투자 수익 중심의  CFO( Chief financial officer)에서 CRO( Chief risk manager)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이용한 자기 자본, 고수익 파생상품을 억제하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것으로 수익률 보다 손실 가능성과 리스크를 우선적으로 따지는 것이다.

Q: 비교적 글로벌 위기 영향에 덜 받은 곳이 우리나라 금융기관이라고 보는데 지금의 상황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과도한 투자은행 업무 확대와 시스템적 제어장치 결함의 문제로 많은 피해가 있었지만 그것으로 IB은행의 무용론은 성급한 판단이다. 오히려 우리의 경우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자금의 뒷받침이 된다면 두 번 다시없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한다.  

헐값에 나온 세계적인 기업들의 인수에 필요한 달러 확보의 문제가 생기겠지만 경상 수지 흑자기조에 따른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것이 분명할 것이다.

사업 측면에서 보아도 기존 경쟁자들이 상처 받고 부실화되어 우리 금융기관의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시장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찬스와 네트워크 확장의 기회가 된다. 기존의 막강한 글로벌 기업들의 사업 부문을 헐값에 살 수 있고,  본래의 사업과 다른 시장에 진입하기가 매우 용이해진 기회의 패러다임이 펼쳐진 것이다.

세 번째는 정말 중요한 것으로 인재확보의 문제인데요, 구조조정으로 나온 인력을 입맛에 맞게 골라서 채용하며, 핵심 인력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기업은 결국 인재 싸움이기에 경기 및 투자 심리 회복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위기의 끝은 있기 마련이고, 금융 시장 사이클과 전 세계 국가들의 비상적인 조치들로 경기 회복 시점에 대하여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달성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무실 임대, 우수한 인력 확보, 실력이 있으나 갑자기 악화된 기업의 M&A 등을 잘 활용한다면  국가 경제 위기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Q :구체적인 외국 금융 기관들의 인수 합병 사례가 있는가?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은 A&L, B&B 등 영국 모기지 은행을 인수하고, 도이체방크는 독일 포스트의 자회사인 포스트 방크를 인수했다.  프랑스 BNP파리바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합작 은행인 포르티스가 소유한 은행들을 인수할 예정이다. 또 노무라 증권은 리먼 브러더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금융 기관들은 해외에 진출하는 방식은 현지 기관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현지 법규상 M&A가 불가능 할 경우에는 지점, 현지 법인을 통해 먼저 진출한 다음 제반 여건을 보는 입장이 좋을 듯하다.

Q: 지난 해 일본의 노무라 증권은 160년 전통의 미국 투자은행인 리만브러더스 인수로 공룡이 공룡을 인수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는데,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을 해 달라. 

일본 최대 브로커인 노무라 증권은 최대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리만브러더스의 유럽과 아시아 영업망을 사들였다. 평소의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금융시장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된 것이다.

노무라는 유럽 M&A 시장에서의 점유 순위가 51위였다면 리먼은 12위였고 아시아 시장만 놓고 보아도 노무라는 21위, 리먼은 9위로 비교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금융하면 미국이 최고였는데 비상 경제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게 됐다.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면 일본인들의 속성은 신속함보다는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돈 냄새 맡는 것에는 예외인 것 같다. 일본은 신속함과 결단력으로 앞으로 많이 있을 외국 기업 인수에 대한 역사적인 실험을 제시한 것이다.

Q: 인수에 따른 장점도 있겠지만 거대 기업 인수에 따른 문제점도 있지 않겠는가?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할 점이다. 문화적 충돌, 기존 조직과의 마찰, 자금 지출에 따른 리스크 확대 등이 있겠지만 이러한 도전이 없었다면 과실도 작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Q: 우리 금융기관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리 금융기관들에게도 이러한 위기가 기회로 바꿀 수 있겠는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금융투자회사의 대형화와 전문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신설된 자본시장법의 향방이 관심으로 떠오른다. 새로운 금융시장에 대한 속도 조절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적절한 시스템 운영과 리스크 관리를 잘 한다는 전제 사항이 있다면 최근 금융 시장의 불안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다. 이전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 시도가 대부분 실패로 끝난 것은 준비와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보다 철저한 준비와 해외 시장을 향해  적극적인 전략을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 해외 IB 역량 강화, 글로벌 투자 양성, 해외 네트워크, 글로벌 얼라이언스, 상호 시너지 구축 등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우리 시대에는 글로벌, 변혁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다. 여기서 리더란 과거를 알고 현실에 직시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최대 강국인 미국의 추락을 보면서 이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국가·기업·개인 모두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때 참고 또 참았으면 한다. 동시에 좋은 기회를 살리느냐와 아니면 그대로 얼어 죽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오직 우리 금융 기관들의 도전과 실천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